(스케치)한라산, 북 시찰단 맞아 첫 눈발

  • 등록 2002-11-03 오전 10:11:28

    수정 2002-11-03 오전 10:11:28

[공동취재단] 방문 8일째인 지난 2일 북측 고위급 경제시찰단은 공식행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한림공원,한라산 국립공원,중문관광단지,여미지 식물원,월드컵 경기장 등 제주도 관광지를 둘러봤다.북측 시찰단은 한림공원,여미지 식물원등에서 제주도 특유의 아열대 식물 등을 주의깊게 살폈으며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독특한 건축양식과 공법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제주 국제공항에 도착한 박남기(朴南基 국가계획위원장) 단장 등 북측 시찰단은 곧바로 미리 대기한 승용차와 버스에 나눠 탄 뒤 제주 한림공원으로 향했다.공원 입구에는 송봉규(宋奉奎) 한림공원 회장과 직원들이 나와 박수로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송 원장은 "여러분이 국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 제주 한림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삿말을 건넸으며 박 단장은 "생각보다 제주도가 꽤 춥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박 단장은 산야초원,비자나무,용암동굴지대를 보면서 지역의 유래와 나무 수령 등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했으며 "뒤에 따라오는 단원들에게도 이야기 해 달라"면서 자세한 안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단장은 제주도관광 목적 등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집요한 질문을 받았으나 "우리나라 땅인데 어디를 못가겠는가"라는 식의 원론적인 대답으로 일관했다.북한에도 이런 공원시설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남과 북은 지형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곤란하다.이곳에 없는 나무가 평양에 있기도 하다.또 우리는 이처럼 인공적이 아닌 자연 식물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단장은 한갑수(韓甲洙 농어촌특별위원장) 남측 영접위원장,송봉규 회장 등과 한림공원 연못에 위치한 카나리아자 나무에 식수 행사를 갖고 방명록에 "통일의 화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갑시다"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송 회장은 현무암 하르방,감으로 염색한 모자,선인장 술 등을 선물했으며 박 단장은 공예벽걸이로 답례했다.

○…북측 시찰단은 한라산 영실에서 한라산 일대를 전망하려 했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세찬 눈발 때문에 휴게실에서 잠시 차를 마신뒤 발걸음을 돌렸다.송상옥 국립공원 관리소장은 박 단장이 한라산에 눈 오는 것을 처음 봤다고 하자 "올들어 처음 내린 눈이며 이는 북측 시찰단을 환영하는 상징"이라고 장단을 맞췄다.

○…남한 방문뒤 연일 이어진 강행군으로 피로에 지친 시찰단과 달리 박 단장은 시종 활기찬 발걸음을 내디뎌 "철인"이라는 호칭을 듣기도.박 단장은 한림공원 등 관광지를 관람할 때마다 너무 빨리 걷는 바람에 남측 안내원들과 북측 단원 일부가 "뒤에서 힘들어 쫓아오지를 못한다"면서 속도를 늦추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중문단지에서 북측 일행을 맞이한 조홍규(趙洪奎)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다"면서 박단장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북측 시찰단은 방문 초기와는 달리 사실상의 마지막 방문길인 이날은 남측 안내원 등과 농담도 하는 등 여유있는 비교적 모습을 보였다.한림공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원동연 조선아태평화위 실장은 남측 안내원들과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찍었으며 여자 안내원에게 "남쪽 미인계에 북측 대표단이 속아 넘어갈 것 같다"며 진한(?) 농담을 걸기도 했다.

○…방문 전부터 독특한 이름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김히택 당중앙위 제1부부장의 한자이름은 "金熙澤"인 것으로 확인됐다.김 부부장은 "어려서부터 "히택"으로 불러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으며 북에서는 "熙"를 "히"로 한글표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로 이번 시찰단 일정동안 기자들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는 등 각별히 행동에 조심을 보여온 장성택(張成澤) 당중앙위 제1부부장은 이날도 박 단장 등 일행과 비교적 멀찍이 떨어져서 걷는 등 외부와 접촉을 피했다.그는 한림공원 등에서 관광객들이 "반갑습니다"하고 손을 흔들자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남측 여자 안내원이 기념사진 촬영을 제의했을 때에는 손사래를 치며 "워낙 미인이신데 이쪽(남한)에는 미남들이 많아 같이 못 찍겠습니다.나중에 봅시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한 북측 시찰단은 경기장의 시공 방법이나 구조 등을 집중 질문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전기 토목 분야가 전공으로 알려진 박 단장은 강상주(姜相周) 서귀포 시장이 경기장을 설명하자 "콘크리트와 지주의 접합부분을 보고 싶다"며 주 기둥쪽으로 안내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강 시장이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섭섭해 하기도 했다.박 단장은 고창립 수도건설위 기술국장을 불러 "지붕 아치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하고 물었으며 지붕막의 자재와 기술 공법에 대해서도 수시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박 단장은 이날 관광을 하면서 불쑥불쑥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남측 일행들을 놀라게 했다.박 단장은 한림공원에서 바닥에 꽃으로 수놓은 한반도 지도를 보면서 "독도가 없네요.다음에는 조그맣게라도 독도를 꼭 집어넣어주세요"라고 말했다.또 제주 월드컵 경기장 지붕 천막이 바람에 찢긴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공한 외국업체가 제대로 측정을 못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꼭 돈을 받아내라"고 강조했다.한림공원을 나서면서는 출구에 세워져 있는 "잘 갑서예.또 옵서양"이라는 제주도 인삿말 표지를 가리키며 "저것이 제주도 사투리냐"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박단장은 우리쪽 운영진이 제주 월드컵경기장이 남측 방문의 마지막 일정이라고 귀띔하자 "마지막은 무슨 마지막이냐.앞으로도 자주 와야되는 것 아니냐"고 지속적인 남북 왕래를 희망했다.특히 마지막 일정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직접 쓴 "우리는 헤어져 살수 없는 하나의 민족입니다"라는 방명록 글귀를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입니다"라고 했다.

○ …시찰단으로 참여한 김철호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 부학장은 "남측에 와서 컴퓨터에 관련한 다양한 것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알 수 있었으며 북과 남이 공동으로 협력할 만한 일들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그는 북한에서도 소프트웨어기술은 세계최고로 자부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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