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붙잡힌 강간살인범…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그해 오늘]

1998년 노원 가정주부 살인사건 범인 '오우진'
2016년 검거 때까지 아무 죄책감 없이 일상생활
끝까지 "살인 아닌 강간치사"…반성은 없었다
  • 등록 2022-10-27 오전 12:03:00

    수정 2022-10-27 오전 12:03: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1998년 10월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주부 A씨가 손발과 입이 결박된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목졸림)이었고 숨지기 전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확보하는 한편,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A씨 가족 명의 체크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남성의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범인을 20대 남성으로 추정했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2016년 11월 11일, 경찰은 경기도 양평의 한 아파트에서 A씨 강간살인 범인인 오우진(50)을 긴급체포했다. 오우진은 자신을 체포하는 경찰관들에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며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DNA가 확보됐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범행을 자백했다.

1998년 10월 27일 범행 직후 ATM 부착 카메라에 찍힌 오우진 모습(왼쪽)과 2016년 11월 11일 긴급체포돼 압송되는 오우진 모습. (그래픽=서울경찰청)
경찰 수사 결과 범행 당시 20대였던 오우진은 생활정보지에 실린 전세 광고를 보고 ‘아파트를 둘러보겠다’는 핑계로 A씨 집을 찾았다. 오우진은 A씨를 무차별 폭행한 후 온몸을 결박한 후 강간 살인했다. 피해자 신용카드 등을 훔쳐 달아난 오우진은 현금을 인출해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금 인출 당시 ATM에 찍힌 오우진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며 공개수배까지 했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DNA를 확보했지만 당시엔 범죄자 DNA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돼 있지 않던 시기라 범인을 찾기 어려웠다. 경찰 수사가 진전을 못 보는 사이 2000년 말 관련 수사본부도 해체되며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그 이후 2010년 4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으로 DNA 확보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되며 오우진 범행의 공소시효는 당초 2013년에서 2023년으로 연장됐다. 아울러 2010년 7월엔 ‘DNA확인정보의 이용·보호법’이 시행되며 흉악범들의 DNA데이터베이스를 구축되기 시작했다.

한 경찰관의 집념으로 18년 만에 정체 드러나

과거 수사본부 소속으로 당시 사건을 잊지 않고 있던 김응희 경감(당시 경위)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근무 중이던 2016년 6월 오우진 사건 기록을 다시 확인해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범인 연령을 20대로 추정하고 유사수법 전과자 8000명으로 수사 대상자를 좁혔다. 그리고 이중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과 같은 AB형을 가진 125명을 수사대상자로 최종 압축했다.

오우진은 1990년대 초중반 세 차례에 걸쳐 여성들이 혼자 운영하는 가게에 흉기로 들고 침입해 결박한 후 금품을 갈취해 1995년 군사법원에서 특수강도 혐의로 징역 2년 6월의 실형 선고를 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어 이 명단에 포함됐다.

경찰은 압축한 125명 얼굴과 과거 ATM에서 찍힌 범인 모습을 일일이 비교해 오우진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오우진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고 곧바로 체포했다.

오우진(왼쪽 두번째) 체포 당시 모습. 오우진은 자신을 체포하는 경찰들에게 “무슨 말씀이신지”라며 영문을 모르겠다 식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YTN 갈무리)
오우진은 1996년 안양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불과 2년 만에 강도살인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었다. 강도살인 범행 후 경찰 수사망에서 벗어났던 오우진은 그 이후에도 아무 죄책감 없이 살았다. 오히려 2003년 청소년 성매매 알선을 하다 적발돼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법정서까지 “죽을지 몰랐다” 뻔뻔 주장 되풀이

수사기관과 재판에서도 오우진은 “죽였지만 고의가 아니다”며 강간살인이 아닌 강간치사를 주장했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한 강간살인에 비해 강간치사의 경우 ‘무기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형량이 더 가벼운 것을 노린 것이다.

법원은 오우진의 주장을 일축했다. 1심 재판부는 “아무 잘못이 없는 피해자는 극도의 고통과 공포, 수치심 속에서 생일 마감했고 유족들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게 됐는데도 피고인은 범행이 발각되기 전까지 별다른 죄책감 없이 일상생활을 해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범행에 취약한 여성들을 상대로 특수강도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피해자의 생명까지 빼앗은 행위에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재범 가능성을 영원히 차단하기 위해선 기간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오우진은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오우진은 2심 법원에서 “피해자 반항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힘이 들어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다. 죽을 거라 인식조차 못했다”며 “무기징역은 가혹하다”는 뻔뻔한 주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와 대법원 모두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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