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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제도 개편에 이어 개인연금 활성방안까지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 ‘다층 연금체제’ 구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정권 흔적 지우기
21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가장 최근 수치인 2017년 말 개인연금 적립금 규모는 329조4000억원으로 퇴직연금 168조원의 두배 수준이다. 하지만 노후를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개인연금은 그림의 떡이다.
연금은 크게 정부가 운용해 모든 국민이 가입해야 하는 공적연금과 개인이 선택해 가입하는 사적연금이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이 대표적인 공적연금이며 사적연금에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있다.
독일 리스터연금은 공적연금 가입자가 개인연금에 가입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공사혼합 연금체계로 공적연금을 보완할 모델로 꼽혔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짧은 가입기간과 낮은 소득대체율로 노후소득 보장에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사적연금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법·제도·금융·세제를 아우르는 총 24개 정책과제를 마련해 종합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자취를 감췄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리스터 모델에서는 연금개혁을 통해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적연금 확대 논의가 골자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분야 복지 확대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면서 금융당국이나 국회 등에서도 아예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퇴직연금을 제외하면 개인연금 논의는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 배 불리기 논란도 직격탄
관련부처와 금융당국도 더는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을 입에 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그림자가 많이 남아 있는 정책’이란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과거 정책을 다시 끄집어내는 데 대한 불편함을 언급했다.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이 결국 금융사 배만 불릴 것이라는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책기조의 변화도 있지만 사실 개인연금 논의가 사라진 데는 삼성, 한화, 현대차 등 대기업 계열금융사의 배 불리기 아니냐는 논란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며 “사적연금의 한 축인 퇴직연금도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맡아 운용하는데 유독 개인연금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 발표와 함께 보완재로서의 퇴직연금 개편 논의가 확대하고 있다”며 “개인연금도 논의의 장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