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공개매수의 시대…'M&A 배심원 제도' 막이 올랐다

[진화한 공개매수]
공개매수 활용한 인수·합병 가속도
오스템임플란트·에스엠 공개매수 적용
명분과 실리 챙기는 수법으로 '진화'
주식 매입 통한 M&A 재가 목적도
일반주주가 얼마나 응하느냐가 관건
  • 등록 2023-02-17 오전 3:30:00

    수정 2023-02-17 오전 7:08:18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최대주주와 같은 조건에 여러분의 주식까지 사겠습니다.”

자본시장에서 공개매수에 불이 붙었다. 과거 상장폐지 내지는 경영권 분쟁 때 사용되던 공개매수는 최근 들어 인수합병(M&A) 방점을 찍을 수단으로 중용되는 모습이다. 최대주주 지분 매입과 동시에 공개 매수로 일반주주의 지지까지 얻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M&A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처사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경영권을 둘러싼 분위기가 고조되는 기업의 M&A 과정에서 공개매수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주주들이 얼마나 공개매수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기우는 ‘정성적(定性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M&A를 일반주주의 공개매수로 평가받는 ‘M&A 배심원 제도’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건은 매수자가 깔아놓은 판에 일반주주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일반주주 여러분, 힘을 실어주세요”

최근 자본시장의 커다란 경향으로 자리 잡은 것을 꼽자면 단연 공개매수를 적용한 M&A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UCK와 MBK파트너스가 인수에 나선 오스템임플란트(048260)하이브(352820)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은 에스엠(041510)이 대표적이다. 이들 두 회사는 업종이나 규모는 확연히 다르지만, 경영권 인수에 나선 형태는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

UCK·MBK 컨소시엄은 지난달 21일 오스템임플란트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 보유주식 가운데 약 144만2421주(지분율 약 9.3%)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이달 24일까지 잠재 발행주식의 15.4∼71.8%를 주당 19만원에 공개매수 한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이 공개매수 가격으로 설정한 주당 19만원은 최규옥 창업주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가격과 같다.

에스엠도 상황이 비슷하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352만3420주)를 주당 12만원에 인수하는 한편, 소액 주주 대상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했다. 이 전 총괄 측에 인정한 주당 12만원을 똑같이 적용해 최대 25%(595만1826주)를 7172억원에 취득한다는 방침이다.

과거만 해도 공개매수는 적대적 M&A 수단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경영권을 물리적으로 가져오기 위해 시장에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기존 경영진을 압박하는 그림을 연출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개매수는 최대주주 주식을 대거 확보하며 분위기를 끌어온 뒤 일반주주에 힘을 보태달라는 의미로 변하고 있다.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 지위를 견고하게 가져가려는 취지도 있지만, 공개매수를 통해 ‘새 주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로 재가(裁可) 추진력을 얻는 일종의 ‘M&A 배심원 제도’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공개 매수는) 선언적인 의미도 크지 않나 싶다”며 “최대주주와 똑같은 조건으로 당신들의 주식을 사겠다는 의도나 이를 파는 일반주주들을 통해 새 주인을 수용하는 그림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느냐, 버티느냐’ 일반 주주의 선택은?

일각에서는 공개매수 이면에 경영권을 노리는 세력 등장에 따른 ‘백기사’들의 기선제압이라는 평도 있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3대 주주였던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최규옥 회장 퇴진을 비롯한 강력한 경영 개선을 주문하던 상황이었다. 에스엠도 카카오(035720)와 에스엠 이사회, 얼라인파트너스가 의기투합해 이수만 전 총괄에 반기를 든 상황이 조성되자 하이브가 등장했다는 점이 그렇다.

관건은 치열한 분위기 속 공개매수라는 이름으로 깔아놓은 판에 일반주주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쏠린다.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 한때 증권사들의 목표주가였던 가격에 매도가 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주주들은 주식을 처분하는 움직임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다만 모두가 이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더 큰 기회가 온다’며 팔지 않겠다는 주주들도 있다. 안 팔고 버티면 공개 매수 때 제시한 가격보다 더 높은 주가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이 논리는 현실이 되고 있다. 에스엠은 지난 12일 전날보다 4.97% 오른 12만2600원에 마감하며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을 넘어섰다.

공개매수 성패를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평가도 엇갈린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공개매수가를 넘기는 등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공개매수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최대주주 지분 매입 후 추가로 지분을 사는 그림인데, 목표 범위가 부담스럽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사실상 성공을 가정해 짜놓은 구조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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