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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에어버스 관계자를 만난 에비하라 후미아키(海老原史明) 경제산업성(경산성·우리나라 산업통산자원부에 해당) 총괄보좌는 이 질문에 충격을 받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플라잉카’는 그저 만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우버는 보잉·벨 헬리콥터 등 주요 제조사와 손을 잡고 2023년까지 하늘을 나는 택시 서비스인 ‘우버에어’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고 일본에서도 도요타가 플라잉카 개발모임인 ‘카티베이터’에 4000만엔을 출자하는 등 플라잉카 산업을 위한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경산성 내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는 커녕, 이런 산업 흐름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내가 나서야겠다” 33살 공무원은 이렇게 결심했다.
15일 일본 도쿄 카스미카세키(霞が關) 경산성에서 만난 에비하라 보좌의 직급은 한국 기준으론 4급 서기관 정도다.
정책 방향을 결정할 위치가 아닐뿐더러 플라잉카는 에비하라 보좌가 근무하는 항공기무기우주산업과 영역도 아니었다. 플라잉카는 ‘하늘을 나는 차’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 자동차가 아닌 드론을 기반으로 한다. 경산성 내 드론 관련 산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산업기재과이지만 이 과(課)도 플라잉카는 관심 밖이었다.
플라잉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한 에비하라 보좌는 취지에 공감하는 산업기재과, 자동차과 동료와 함께 단체를 만들고 국장을 설득했다. 어렵게 허락을 받아낸 그는 작년 8월 ‘하늘의 이동혁명을 위한 관민협의체’를 설립했다.
당시 경산성 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업을 스스로 찾아서 발굴한 이유에 대해 묻자 에비하라 보좌는 “(플라잉카 산업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확신했다”고 답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일본은 우수한 플라잉카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일본은 항공기 완성체를 만들지는 않지만 보잉·에어버스 등 주요 항공기 제조사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많다. 플라잉카 주요 부품인 배터리·모터를 만들 수 있고 양산도 가능하다. 그는 4차 산업 시대에서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에 서둘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현재 경산성 내에는 ‘플라잉카는 에비하라’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지만 아직 그의 명함에는 플라잉카와 관련한 직함은 없다. 조직이 없으니 예산도 없다. 공식적으로 맡은 업무가 아니기에 본업을 하고 남는 시간을 할애해 일해야 한다. 그나마 로드맵 발표 이후 일본 내 플라잉카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게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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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비하라 보좌는 경직적인 일본 공무원 사회에서 매우 드문 케이스다. 그러나 그는 경직된 일본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에비하라 보좌는 “최근 젊은 공무원들 중에는 공무원이 됐다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역량을 키우고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는 젊은 공직자들이 늘면서 경산성 내에서도 공직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당장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욕을 가지고 노력하는 젊은 공무원들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에비하라 보좌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플라잉카 관련분야 민간 전문가 2명을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하는 ‘파트타임 공무원’으로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일급이 1만 5000엔에 불과한데도 공고를 낸 지 열흘도 안 돼 700명이 지원했다.
경력 채용이 있는 우리와 달리 일본에서는 공채 외에는 사실상 공무원이 되는 길이 막혀 있다.
▷영상설명 : 일본 경제산업성이 만든 ‘자, 하늘을 달리자’라는 제목의 플라잉카 홍보영상. 플라잉카 산업이 실현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