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마케팅팀 대리 강민정(가명·29·여)씨는 이번 설 연휴까지만 일하고 3년 간 몸담은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졸업 전 이른 나이에 취업해 모두의 축하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취업난을 뚫고 졸업 직전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는 자부심은 1년도 채 가지 못했다. 낮은 연봉에 비해 업무강도가 높아 야근이 일쑤였다. 몸이 아파 잠시라도 멍하니 앉아 있으면 곧바로 상사들의 폭언이 날아왔고 열심히 프로젝트 시안을 준비해도 공을 가져가는 건 상사의 몫이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지만 가족과 회사 동료·선배들의 만류로 가까스로 3년을 버텼다. 강씨는 이렇게 참다 본인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했다. '나답게 살자'는 새해 다짐을 이번만큼은 지키고자 지난 연말 사표를 제출했다. 강씨는 그간 누리지 못한 휴식을 취하며 이직 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다. 낮은 연봉과 불확실한 위치, 상사·동료와의 갈등 등 다양한 이유로 새해를 맞아 퇴사의 충동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직장에 취업해 정년까지 근무하는 이른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져버린데다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억압적인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일·생활 균형을 찾고 개인의 적성과 꿈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열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10명 중 8명 '사표 충동 느꼈다'
20대 "조직생활로 잃어버린 자신 되찾고파"
다만 이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연령대별로 특색이 달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4월 직장인 7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사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들(632명·82.8%) 중 20~40대는 '업무 로드 및 업무구조'에서 문제를 찾았을 때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던 반면, 50대는 '직장 동료 문제', 60대는 '퇴사 후 계획실천을 위한 결심이 섰을 때'를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분석됐다. '오랜 조직생활로 잃어버린 나의 생활을 되찾고 싶을 때' 퇴사를 결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에서 가장 많았다. 해당 답변을 택한 20대 직장인들의 비율은 13.5%로, 30대(11.2%), 40대(10.1%), 50대(5.6%), 60대(8.8%) 직장인들의 응답 채택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다 직장과 개인 생활 간 균형 등 소위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노동건강연대 관계자는 "수평적이고 강압적이지 않은 조직 문화가 젊은 세대의 진로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상사의 '갑질'을 꾹 참으며 사직서를 가슴에만 품던 이전 세대와 지금의 젊은 세대는 확연히 다르다. 고용 절벽과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과도하고 부당한 업무 전가와 잦은 야근, 회식에서 벗어나 적성과 개인 생활 모두 잡을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게 지금 세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