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뉴진스의 아이폰, 삼성폰의 씁쓸함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서 ‘아이폰’ PPL 눈살
‘갤Z플립5’ 공개·사전판매 직전 ‘묘한 시점’
1020에 강한 아이폰, 버거울 밖에 없는 삼성
폴더블폰 기대거는 이유, 씁쓸함이 자부심이 됐으면
  • 등록 2023-08-12 오전 7:00:00

    수정 2023-08-12 오전 7:00:00

지난달 30일 SBS ‘인기가요’에서 뉴진스가 ‘아이폰14 프로’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스브스케이팝 X INKIGAYO 유튜브 채널 캡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걸그룹 뉴진스가 신곡 ‘ETA’ 무대를 선보이는 도중 갑자기 ‘아이폰14 프로’를 꺼내들고 셀피(셀카)를 찍는다. 무대 말미 엔딩장면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영상까지 나온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 광고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지난달 30일 SBS ‘인기가요’에서 벌어진 일이다. 영상을 직접 보니, 간접광고(PPL)가 극성인 우리나라 지상파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노골적이었다.

이같은 뉴진스의 ‘아이폰’ 방송은 최근 방송가와 스마트폰 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지상파 방송에서 출연자가 대놓고 ‘아이폰’을 광고하는 모습이 너무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오며 소속사와 애플을 비판하기도 했다.

‘도 넘은 PPL’은 시청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 10~20대 시청자들이 주인 음악 방송에서 이들에게 절대적인 존재인 K-팝 스타를 앞세운 PPL은 더 파급력이 클 수 밖에 없어 더 위험하다.

파격적인 뉴진스의 지상파 PPL은 참 ‘묘한’ 시기에 이뤄졌다. 경쟁사 삼성전자(005930)가 지난달 26일 폴더블(접는)폰 신작 ‘갤럭시Z 플립5·폴드5’를 공개하고 사전판매(8월1일)에 돌입하기 직전의 시점이다.

삼성전자가 MZ세대를 겨냥해 공격적인 ‘플립5’ 마케팅을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마치 “너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의 10~20대는 우리 편”이라고 강하게 견제하는 느낌이랄까. 현재 10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걸그룹 뉴진스여서 더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PPL 논란을 지켜 본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 중인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애플의 경우 계약관계에 있어 모든 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곳인데, 지상파에서 저 정도로 연출을 했다면 사전에 애플과 상당한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아재폰’이라는 인식을 벗고 MZ세대로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10~20대의 마음을 급격하게 바꾸긴 어렵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18~29세 연령대의 ‘아이폰’ 선호도는 65%나 됐다. 반면 ‘갤럭시폰’의 선호도는 32%로, 2배의 격차를 보인다.

삼성전자가 언팩 당시 초청한 유명 걸그룹의 멤버조차도 사생활에서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될 정도인데, 더 이상 할말이 있을까. 뉴진스를 앞세워 10~20대층을 결집시키는 ‘아이폰’의 공세는 분명 삼성전자에겐 버겁고, 씁쓸한 일일거다.

이 모든 판을 바꾸기 위해선 ‘새로움’이 필요하다. 세상에 없던 디자인과 사용성, 삼성폰도 ‘아이폰’ 못지 않게 세련스럽고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덧입혀야 한다. 올해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세우고 있는 5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5’의 성공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5세대 폴더블폰은 ‘플립5’의 디스플레이 변화로 사전판매 100만대를 처음으로 돌파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 애플이 뉴진스를 활용해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것도 어쩌면 점차 대중화 돼 가는 폴더블폰에 대한 불안감의 발로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현재 애플은 글로벌 프리미엄폰 시장의 절대 강자이고, 국내 시장에서도 10~2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여전히 ‘추격자’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때문에 폴더블폰이란 새로운 카테고리를 세상에 탄생시킨 삼성전자는 적어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대체불가능한 ‘온리원’이 돼야 한다. 대체할 수 없는 기술과 제품을 거듭해서 세상에 선보인다면 삼성폰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시선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고, 현재의 씁쓸함 역시 자부심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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