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시각차이 때문에 김영철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의 주장부터 생각해 보자. 2014년 10월15일 남북 군사회담이 열렸고 북한의 회담 대표로 김영철이 나온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다. 김영철을 상대로 대화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의 논란이 크지 않았던 것은, 첫째 회담 장소가 판문점 우리 측 통일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일종의 “방남”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특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과 서울을 방문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우리 측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북측 책임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 당사자라고 추론되는 김영철에게 따지는 자리였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김영철의 방남을 두고 2014년과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역으로 북한의 체제적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쉽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재국가이기에 당연히 그들의 “최고 존엄”이 명령했을 것이고, “특정 부서”가 그 명령을 “받들었을” 것이기에 그 부서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김영철이 직접적인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추론이기는 하지만, 이런 추론은 상당한 합리적 근거를 갖는 추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라는 집단이 존재하는 한, 이런 추론이 사실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지금으로서 최선은 합리적 근거를 갖는 추론을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믿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는 주장이 전부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외교란 필요하다면 악마와도 접촉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김영철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할 수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했어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당사자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언론보다는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여야 했다. 어쨌든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영철의 방남을 받아들인 정부의 과제는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모든 비판과 비난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김영철과의 만남에서 실질적 소득을 얻는가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