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김영철의 방남과 정국

  • 등록 2018-02-26 오전 5:00:00

    수정 2018-02-26 오전 5:00:00

신율 명지대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통일대교에서 경찰과 대치하면서 김영철의 방남을 저지하려고 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김영철이 대한민국 땅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한국당의 분명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4년 열린 남북군사회담에서 김영철이 우리의 대화 상대였었는데,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반대하는 것은 뭐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다가 정부는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주범이라는 것은 추정일 뿐이라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이런 시각차이 때문에 김영철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의 주장부터 생각해 보자. 2014년 10월15일 남북 군사회담이 열렸고 북한의 회담 대표로 김영철이 나온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다. 김영철을 상대로 대화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의 논란이 크지 않았던 것은, 첫째 회담 장소가 판문점 우리 측 통일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일종의 “방남”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특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과 서울을 방문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우리 측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북측 책임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 당사자라고 추론되는 김영철에게 따지는 자리였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김영철의 방남을 두고 2014년과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주장처럼,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주범이라는 것은 추론 수준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론(異論)은 있을 수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그리고 천안함 폭침과 같은 은밀한 공작의 경우는 누가 직접적으로 명령을 했는지는 알기 힘들다. 연평도 포격도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포격을 직접 명령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역으로 북한의 체제적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쉽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재국가이기에 당연히 그들의 “최고 존엄”이 명령했을 것이고, “특정 부서”가 그 명령을 “받들었을” 것이기에 그 부서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김영철이 직접적인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추론이기는 하지만, 이런 추론은 상당한 합리적 근거를 갖는 추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라는 집단이 존재하는 한, 이런 추론이 사실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지금으로서 최선은 합리적 근거를 갖는 추론을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믿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는 주장이 전부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외교란 필요하다면 악마와도 접촉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김영철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할 수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했어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당사자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를 접근할 때 피해자 중심 원칙을 적극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이런 정부의 주장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지난번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때도, 당사자인 우리 선수들에게는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없더니, 이번에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천안함 폭침 피해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생략됐다. 천안함 유족 대표가 김영철의 방남 사실을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미리 이런 사실을 유족들에게 알리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언론보다는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여야 했다. 어쨌든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영철의 방남을 받아들인 정부의 과제는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모든 비판과 비난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김영철과의 만남에서 실질적 소득을 얻는가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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