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돈의 지혜
파스칼 브뤼크네르|320쪽|흐름출판
  • 등록 2019-04-24 오전 5:04:00

    수정 2019-04-24 오전 5:04: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레닌은 1921년 프롤레타리아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공산주의가 온 세상에 도래할 그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에 황금 변기를 설치하겠다고 말이다. 그날이 오면 황금은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레닌의 선언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황금 변기는 존재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는 2014년 자신의 자택에 55만달러(약 6억 2800만원)의 거금을 들여 황금 변기를 설치했다. 돈이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다.

자본주의가 끝나지 않은 지금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은 마치 진리처럼 여겨진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은 우리들의 안타깝지만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돈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뭐든지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돈은 기껏해야 액셀러레이터 노릇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에게 빵과 책을 줄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이는 망설임 없이 빵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이 ‘당연하고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돈으로 빵을 살 수도 있고 책을 살 수도 있다. 이처럼 돈은 그 자체로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우리의 생각이 어떤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에 따라 가치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역사·문학·종교·철학·경제학적 지식과 깨달음을 모두 쏟아부어 돈에 대한 성찰을 펼쳐 보인다. 돈을 주제로 한 책에서는 보기 드문 인문학적 코드가 곳곳에 숨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빅토르 위고, 볼테르, 루소 등 유명 지성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성격을 분석하며 근대부터 현대까지 시대적 배경에 따라 변모한 돈의 가치와 상징성을 비교하고 대조한다. 그리스신화·성경·코란 등을 통해 돈이 우리 삶의 지배자의 위치에 서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살펴본다.

“부를 향한 욕망을 인정하되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하고 돈을 정말로 가치 있게 사용해야 한다.” 저자가 던지는 결론이다. 다소 밋밋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돈을 대하는 인간의 지혜’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힘들다. 부유한 사람에게는 돈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지혜를, 부유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스몰 머니’만으로도 멋지고 우아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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