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②] 백만송이, 천만송이…장미향에 취하다

터키 아피온, 이스파르타
터키 5대 온천도시 '아피온'
양귀비 세계 최대 생산지 중 하나
아피온 성 등 볼거리도 많아
세계 최대 장미유 생산지 '이스파르타'
1kg 생산에 장미 4톤 필요
  • 등록 2018-05-25 오전 12:00:01

    수정 2018-05-25 오전 12:00:01

터키 이스파르타의 대표적인 장미마을 ‘어르드츨루 코유’의 장미농장에서 관광객들이 장미꽃 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장미의 도시로 불리는 이스파르타는 전 세계 장미유 생산량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1kg의 장미오일을 만들려면 대략 3~4t의 장미가 필요하다


[터키 아피온·이스파르타=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터키인의 장미 사랑은 유별나다. 터키 여성 중에는 ‘귤’(Gul)이 들어간 이를 쓰는 사람이 많은데, ‘귤’은 터키어로 ‘장미’를 뜻한다. 또 아이가 태어나면 40일간 매일 장미유(油)를 발라주는 풍습도 있었다. 오스만튀르크 황제들은 장미와 생강을 끓인 차를 즐겼다.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를 장미수로 씻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최근에는 장미로 만든 젤리 과자인 로쿰과 장미커피도 판매하고 있다. 터키인에게서 장미는 생활의 일부다. 터키 중서부에 자리한 작은 도시 이스파르타를 이번 여행의 종착지로 삼은 이유도 그러하다. 이스파르타는 터키 내에서 ‘장미의 도시’로 불리는 곳. 세계 최대 장미유 산지로 유명하다. 터키 5대 온천 지구 중 하나인 아피온을 거쳐 장미향 가득한 이스파르타로 향한다.

아피온 구시가지에서 바라본 시내와 아피온 성. 아피온 성은 카라히사르라고도 불리는데 ‘검은 요새’라는 뜻이다. 평지에서 200m 높이의 화산암(조면암) 화구 위에 들어서 있다.


◇터키 5대 온천 도시 ‘아피온’

터키 중서부지역의 작은 도시 ‘아피온(Afyon)’은 국내 여행객에게 생소한 여행지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남서쪽으로 2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터키가 손바닥 형상을 하고 있다고 보면, 정중앙에서 중지 쪽으로 약간 치우친 자리다. 이스탄불에서 비행시간으로 약 1시간 거리로 국내선을 이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국토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어 터키의 주요 도시들과 연결하는 중심도로, 철로·항공노선 등이 잘 발달해 있는 교통의 요충지다.

아피온 시청에 있는 동상과 그 뒤로 보이는 아피온 성


해발고도 1034m의 바위산 기슭에 자리한 이 도시의 정식명칭은 아피온카라히사르(Afyonkarahisar). 2004년 아피온에서 바뀐 이름이다. 양귀비 최대 생산지를 의미하는 ‘아피온’과 검은 요새를 의미하는 ‘카라히사르’가 합쳐진 이름이다. 여기 사람들은 바뀐 이름 대신에 여전히 아피온으로 통칭해 부르고 있다. 고대에는 ‘아크로에누스’, 로마가 점령했던 8세기에는 ‘니코폴리스’라고도 불렸다. 이후 13세기에는 ‘카라히사르’라 이름이 또 바뀌었다. ‘검은 요새’라는 뜻의 카라히사르는 평지에서 200m 높이의 화산암(조면암) 화구 위에 들어서 있었다. 일부 허물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남아 있다. 지금은 카라히사르라는 본래 이름보다는 아피온 성으로 더 많이 불린다.

아피온 어디서든 양귀비 밭을 볼 수 있다.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지만 순백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아피온은 터키 내 양귀비 최대 생산지다. 세계 최대 모르핀 공장이 여기에 있을 정도다. 아피온 곳곳에는 밀밭 주변 사이로 양귀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다만 터키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하에 재배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아피온에 약료식물 센터를 두고 양귀비를 비롯해 다양한 약재를 연구·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14세기에 세운 대사원 ‘울라카미’. 셀주크 족이 놓은 알티괴즈 다리도 아피온의 지나간 역사의 자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 중 하나로 꼽힌다.

터키 5대 온천지구 중 하나인 아피온 호텔의 터키탕 내부


온몸으로 아피온의 자연과 역사를 느꼈다면 온천으로 여독을 풀 수도 있다. 아피온은 터키 5대 온천지구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최근 온천을 중심으로 한 호텔과 리조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작은 도시에 호텔만 11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무려 2만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온천욕을 즐겼다. 이곳 온천은 미네랄 등이 풍부해 서멀 요법(Thermal Therapy), 즉 온천수(水)치료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피온시에서도 온천을 이용한 수치료 프로그램 개발을 개발하며 의료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터키 유일의 온천수 치료 전문 대학 병원도 아피온에 자리 잡았다.

장미꽃 따기 체험 중인 관광객들


◇세계 최대 장미유 산지 ‘이스파르타’

이스파르타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뮤슈트자데 귈주 이스마일 에펜디 동상. 불가리아에서 이스파르타에 처음으로 장미를 들여온 사람이다.
아피온에서의 완벽한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남쪽으로 160여km 떨어진 이스파르타(Isparta])로 향한다. 버스로 약 2시간 정도 거리다. 이스파르타는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도시로 일부 성지순례객만이 알음알음 찾아가는 곳이다. 이스파르타는 장미의 도시다. 어디를 가든 장미를 볼 수 있다. 이곳에 장미가 많은 이유는 장미유(油) 때문이다. 이스파르타는 세계 최대 장미유 생산지로, 전 세계 유통량의 60~65%를 생산한다.

이곳 장미는 불가리아에서 가져온 것이다. 불가리아는 17세기 이후부터 장미를 재배해 장미유를 생산하고 있다. 스타라플라니나 산맥 계곡이 주요 산지다. 이 계곡에는 약 1만 종류의 장미가 있지만, 그중 200여 종만이 장미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이스파르타로 장미를 가져온 사람은 뮤슈트자데 귈주 이스마일 에펜디다. 그는 1870년 불가리아의 반출금지령을 피해 장미종자를 지팡이에 넣어 이스파르타로 가져왔다. 터키판 문익점이다. 이스파르타시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을 시내 중심가에 세웠다.

이스파르타의 대표적인 장미마을 ‘아르드츨르 쿄유’의 장미농장에서 장미꽃을 따고 있는 농민


이스파르타의 대표적인 장미마을은 ‘아르드츨르 쿄유’다. 이곳에서는 보통 5월 중순부터 6월까지 이른 새벽에 장미꽃 따기 작업을 한다. 새벽이슬을 맞은 꽃을 따야 향과 품질이 뛰어난 장미를 수확할 수 있어서다. 마을에선 이미 장미 수확이 한창이다. 이곳 주민들은 직접 수확한 장미를 직접 장미유를 생산한다. 1950년에 만든 귤빌릭은 장미 생산 농가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지난 2005년 ‘로센스(Rosense)’라는 장미 화장품 브랜드를 발매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1kg의 장미오일을 만들려면 3~4t의 장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터키 전통 음식인 괴즐레메를 굽고 있는 이스파르타 주민


마을식당 아침 밥상에도 장미향이 가득했다. 식탁은 장미 꽃송이로 장식했고, 빵을 찍어 먹는 잼도 장미를 이용해 만들었다. 식당 옆에서는 200년이 넘은 방식으로 장미유와 장미수를 만들고 있었다. 수증기로 장미유를 추출해 냉각수로 식혀 응축하는 방법인 ‘증기 증류법’이다. 아침 식사 내내 장미향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이곳 사람들은 말한다. “이것이 바로 ‘모하메드(무함마드)의 겨드랑이 냄새’”라면서 “이슬람 신자들은 모하메드를 존경하는 뜻에서, 장미꽃 향기를 그의 겨드랑이 냄새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에이르디르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수와 마을 전경


◇여행메모

△가는길=터키항공을 비롯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인천~이스탄불 구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30분 정도다. 이스탄불에서 아피온으로 가려면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이스파르타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 거리다.

△여행팁= 터키에는 ‘하맘(Hamam)’이라는 스파 문화가 있다. 증기로 달궈진 대리석에 누워 충분히 몸을 덥히면 스파 직원이 스크럽 또는 마사지를 해준다. 현재도 터키 도심 곳곳에서 하맘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호텔 등의 수돗물은 석회 성분이 많아 마실 수 없으므로 생수를 사 마셔야 한다.

△먹을것= 세계 3대 요리로 불리는 케밥이 대표적인 요리다. 양고기·쇠고기·닭고기·고등어 등 다양한 재료의 케밥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이스파르타 시청 뒤의 ‘케밥츠 카디르’는 1851년 개업한 이래 4대째 해오는 케밥전문식당이다.

△주변볼거리= 이스파르타 시내에서 동쪽으로 30~40분쯤 차를 달리면 바다처럼 여겨지는 민물호수 에이르디르호에 이른다. 터키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이자, 담수호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호수다. 해발 900m의 고원지대다. 짙푸른 호수 물빛과, 도로로 이어져 가늘고 긴 반도처럼 보이는 작은 섬인 ‘예실아다(예쉴라다) 섬’ 풍경 등 경관이 아름다워 사철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호수다. 호숫가 에이르디르 마을엔 오래된 집들과 사원 등 유적, 식당·펜션 등이 즐비하다.

아피온 구시가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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