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이에서 느끼는 따뜻한 애정…일상 속 미온의 기쁨

윤형택 개인전 'Fondness'
52점 원화·35점 드로잉 선보여
"익숙한 관계에서 오는 다정함 돌아보길"
서울과 부산 갤러리서 나란히 열려
  • 등록 2023-07-11 오전 5:30:00

    수정 2023-07-11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어느 순간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보편적인 의미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사랑과 좋아하는 감정도 차이는 분명 존재하거든요. 오래된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정된 감정을 찾다보니 ‘fondness’라는 단어가 떠올랐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좋아함X좋아함X좋아함…’ 정도의 감정인 것 같아요(하하).”

어느날 아내와 말다툼했다. 화가 나서 감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다 보니 금세 화난 마음이 풀어졌다. 상대방이 나를 미워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신뢰’가 마음속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다툼이 끝나고 나니 마치 아내와 한바탕 춤을 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오른손은 아내의 허리에, 왼손은 서로 맞잡은 채 춤을 추는 남녀의 그림은 그렇게 탄생했다.

윤형택의 ‘Fondness’ 시리즈(사진=PBG).
일상에서 차곡차곡 수납된 행복을 기록하는 작가 윤형택(38)의 개인전 ‘Fondness’가 오는 16일까지 서울 용산구 PBG한남과 부산 프린트베이커리 센텀시티점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국내 미술품 대중화에 앞장섰던 프린트베이커리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브랜드 PBG로 사명을 변경한 후 전속작가인 윤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을 기획한 것이다.

‘Fondness’의 사전적 의미는 ‘좋아함’이다. 작가에게 있어 ‘Fondess’는 한번에 밀려오는 거대한 행복이나 따뜻함이라기보다 일상 속에서 적당한 기쁨과 미온의 온기가 쌓인 감정층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드로잉, 오브제 등 52점의 원화와 35점의 드로잉 신작을 선보인다. 2021년 시작한 3부작 ‘fondness’ 시리즈의 마지막 전시다. 최근 PBG한남에서 만난 윤형택 작가는 “누구에게나 포근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익숙하고 편안한 관계에서 오는 다정함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그 다정함을 통해 내 일상을 유지하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작가의 작품은 넉넉한 여백을 두면서 단순한 선만으로 눈·코·잎 형상과 친근한 표정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 안정감을 주는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스토리를 전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서로 안고 있는 두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 키가 큰 오른쪽 여성을 ‘엄마’로, 왼쪽 여성을 ‘딸’로 보겠지만 윤 작가는 그 반대를 생각하고 그렸다.

“사실 작품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 그건 관람객의 몫이에요. 그저 작품을 그린 배경을 설명하자면, 어렸을 땐 한없이 커 보이던 부모님이 세상의 많은 것을 모르는 ‘친구같은 어른’으로 보이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아내 역시 부모님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 고향을 방문했다가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림으로 그려봤어요.”

윤형택의 ‘Fondness’ 시리즈(사진=PBG).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작가의 실시간 드로잉 작업을 볼 수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을 보면서 2층 공간이 마치 교실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처럼 직접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 전시기간 이곳에 상주하고 있단다. 윤 작가는 “드로잉을 하다가 완성된 그림을 액자에 넣어서 걸어놓기도 하고, 작업이 끝나는대로 벽에 붙이면서 ‘갓 나온 스케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소파에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 책상에 앉아 고뇌하는 듯한 남성의 모습을 그린 블루톤의 그림도 있다. 윤 작가는 “책상에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는 사람은 사실 나의 모습”이라며 “전시를 준비하면서 ‘fondness’ 소재를 하나씩 다 쓰는 느낌이 들었다. 소재를 다 써버려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현해 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내 그림의 최종 목적지는 전시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이라며 “그림을 집안에 걸어놓고 한번쯤 사라져가는 독서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국내 대표적인 공간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 화가로 전업했다. 그림을 올려놓는 목재받침, 철줄로 둘러싼 하얀 의자 등 그가 직접 만든 소품들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윤형택의 ‘Fondness’ 시리즈(사진=PBG).
윤형택 작가(사진=P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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