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특정 장면이나 대사 하나쯤은 기억할 법하다. 개봉 당시 불특정 다수에게 회자되며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좇는 스토리다. 더불어 음악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영화 ‘원스’와 ‘러브레터’ 얘기다. 그런 면에서 두 작품은 닮았다. 비슷한 시기에 뮤지컬로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것까지. 하지만 무대에 올려지면서 달라졌다. 비영어권 최초 국내 초연 중인 뮤지컬 ‘원스’가 원곡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창작뮤지컬인 ‘러브레터’는 원곡의 잔영을 과감히 버리는 식이다.
△‘원스’… 영화음악 살리려 음향채널만 70개
흔한 세트전환도 특수효과도 없다. 격렬한 안무는 더더욱 없다. 발을 구르거나 박수를 치는 것이 전부다. 무대를 채우는 건 오로지 잔잔한 음악뿐이다. 바로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배우들은 노래하고 연기를 하며, 때로는 춤추고 악기를 연주한다.
|
그만큼 음악적인 부분에 공을 들였다. 켈리 디커슨 음악감독은 “보통 대규모 공연에서 사용하는 음향채널이 40개 정도라면 원스는 70개의 채널을 사용한다”며 “악기는 물론 배우들의 노래, 움직임 등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끌어내기 위해 음향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음악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다. 곡에 붙인 한국식 가사가 그것. 자연스럽지 않은 말투가 온전한 몰입을 막는다.
남자주인공 가이 역에는 가수 윤도현과 뮤지컬배우 이창희가, 여주인공 걸에는 전미도과 박지연이 번갈아 나선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내년 3월 29일까지. 1544-1555.
△‘러브레터’…장면 디테일 살리는 창작곡 승부
뮤지컬 ‘러브레터’는 1999년 개봉해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동명영화를 무대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음악이다. 전부 창작곡으로 갈아입었다. 김아람 작곡가는 “워낙 영화음악이 화제가 됐던 만큼 아예 처음부터 원곡을 배제하기로 하고 창작곡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잔잔한 원곡이 많았던 터라 뮤지컬 음악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도 이유다. 비싼 저작권료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14곡의 테마곡이 나오고, 이 중 변형곡까지 합하면 총 24곡이 무대를 울린다.
|
덕분에 원곡의 잔영을 지우는 데는 성공한 듯 보인다. 창작곡임에도 불구하고 여운과 울림이 길다. 무대 한쪽에서 직접 연주하는 클라리넷과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4중주도 창작곡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윤혜선 작가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많아서 이걸 어떻게 무대 위로 가져올까를 가장 고민했다”며 “영화보다는 오히려 책을 더 많이 본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배우 김지현과 곽선영이 1인2역으로 히로코 역과 이쓰키 역을 소화한다. 내년 2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1566-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