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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을 주름잡는 정보통신(IT) 기업, 일명 ‘BAT’가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들 앞날에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내에선 정부의 ‘길들이기’가 시작됐다. 또 중국 내수의 힘으로 성장한 회사인 만큼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많다.
지난 9월 중국 사이버 관리국은 텐센트가 스마트폰 메신저 ‘위챗’에서 유통되고 있는 콘텐츠 관리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가짜 뉴스나 음란물이 유통되는 경우가 많은데 텐센트가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게 사이버 관리국의 주장이었다. 또 사이버관리국은 텐센트의 위챗 외에도 티에바를 운영하는 바이두, 웨이보를 보유한 알리바바에도 제재를 가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인터넷 시장 포화도 고민거리다. 현재 중국은 일 년에 4000만명씩 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무르익을수록 성장 속도는 둔화힐 수밖에 없다. 이미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1선 도시에서는 성장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BAT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신규 동력이 될 인공지능(AI) 등에 몰두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로 진출했을 때 이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위챗이나 웨이보 등 핵심 사업들은 모두 중국 내수에만 초점을 두고 성장해 왔다. 서구의 정보를 보려면 불법 우회장치(VPN)를 이용해야 하는 중국 정부의 ‘만리장성 방화벽’ 덕분에 중국 IT 기업들은 미국이나 서구 소셜미디어 및 메신저와 경쟁한 경험이 없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왓츠앱 등은 모두 중국에서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그러다 보니 뚜렷한 경쟁자 없이 시장을 장악했다. 게다가 해외 사용자를 사로잡을 만한 시스템이나 서비스도 마련하지도 않았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닷컴을 창업한 류창둥 최고경영자(CEO) 역시 “중국 기업은 무균실의 아이와 같아서 밖으로 나오면 숨질 수 있다”며 “정부의 보호와 통제는 IT기업의 단기적인 성장을 이끌었지만 장기적으론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