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1라운드에선 디젤차가 압승하며 패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번 2라운드에선 도전자 HEV의 반격도 만만찮다. 특히 올해부터 30~50㎞까지는 전기로만 주행하는 플러그인(plug-in) 방식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이 국내 도입되며 HEV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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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가 연 6만대에서 지난해 20만대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2009년. 폭스바겐 골프로 대표되는 중소형 디젤 모델이 쏟아졌다. 비슷한 시기 도요타는 동급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 캠리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이후 국산·수입 자동차 회사의 HEV 출시 붐이 일었다.
결과는 디젤 차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2009년 1만3665대이던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지난해 13만3054대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비중도 2009년 당시 22.4%에서 올 1~3월 69.6%로 세 배 이상 올랐다. 수입차의 성장이 곧 디젤차의 성장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HEV는 큰 반향을 부르지 못했다. 2009년 1081대로 출발한 HEV는 지난해 7736대로 늘었다. 그러나 점유율은 1.8%에서 3.9%로 두 배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혼다 인사이트 등 일부 HEV 신모델은 5년을 버티지 못한 채 판매가 중단됐다.
국산차도 디젤로의 쏠림이 시작됐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중형 쏘나타·K5 HEV를 출시하고 준대형 그랜저·K7 HEV로 그 영역을 넓혔지만 200만원이 넘는 현금 할인 정책에도 큰 반향을 얻진 못했다. 쏘나타 판매량 중 HEV 비중은 지난해 한 번도 10%를 넘지 못했다.
국내 전체 디젤차 판매 비중은 2011년 20.7%에서 2012년 27.0%, 2013년 32.4%, 지난해 38.6%로 매년 급성장했다. 지난해 HEV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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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HEV의 반격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연말 신형 쏘나타 HEV 출시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 기아 K5 HEV 신모델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한 신형 쏘나타 HEV는 올 1~3월 3321대 판매되며 전체의 14.6%를 차지하고 있다.
올 연말이면 현재 20여 종인 HEV 모델 수도 30종을 넘어선다. 올해만 6종 이상이 추가된다.
한국도요타는 지난해 말 중형 SUV HEV 모델 렉서스 NX300h에 이어 이달 초 열린 ‘2015 서울모터쇼’에서 HEV 전용 신모델 프리우스V를 공식 출시했다. 도요타는 이와 함께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 고성능 쿠페 모델 등 라인업 다변화로 디젤에 대항한다.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PHEV)도 HEV 지원사격에 나선다. PHEV는 통상적인 출퇴근 거리인 30~50㎞는 전기 모드로 주행하고 이후부터 HEV가 되는 신개념 친환경차로 올해 국내에 처음 출시한다.
지난달 공개한 BMW i8을 시작으로 이달 쏘나타 PHEV, BMW X5 e드라이브, 아우디 A3 이트론, 포르쉐 카에인 S E하이브리드 등도 속속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고성능 PHEV인 BMW i8은 1억9990만원의 고가임에도 올해 수입 예정인 180대 중 100대 이상이 계약됐다.
시장 상황도 HEV에 다소 유리하다.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 1506.44원(12일 전국평균·오피넷)으로 낮아졌다. 디젤차는 올 9월 강화된 친환경 기준 ‘유로6’ 도입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5년 동안 이어진 디젤 강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이은 HEV 신모델 출시와 PHEV의 도입, 유가 하락, 디젤차 유로6 의무화 등 시장 상황 변화로 올해는 (P)HEV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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