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맥주 야외 판매'가 불법인 나라

  • 등록 2016-04-22 오전 3:05:00

    수정 2016-04-22 오전 3:05:00

당국이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맥주보이’와 주류 판매점에서 선물용 와인을 택배로 배달하는 ‘와인택배’ 서비스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치맥 배달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불법이라는 이유로 묶어 놓았던 규제를 국민 편의를 위해 풀은 것이다. 여론에 떠밀린 것이기는 하지만 환영할 만하다.

정부 규제가 보편타당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동안 맥주보이를 허용하지 않았던 이유다. 맥주를 이동식으로 판매할 경우 맥주통이나 컵에 이물질이 들어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생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논지가 깔려 있었다. 이런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우리보다 프로야구 문화가 먼저 자리잡은 나라에서도 맥주보이는 물론 핫도그나 도시락 등의 이동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와인택배 서비스 논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행법상 주류는 ‘대면거래’만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술을 살 때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찾아 결제하고 물건을 가져간다는 얘기다. 주민등록상의 나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와인택배까지 ‘통신판매’ 범주로 묶어 금지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배달이 금지됨으로써 소비자가 굳이 매장까지 찾아가 술을 여러 병씩 들고 가려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인천 월미도에서 열린 유커(遊客)들의 치맥파티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의 일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4500여명에 이르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시원한 생맥주를 찾았으나 행사를 기획한 여행사 관계자들이 “한국에서는 야외에서 생맥주를 파는 게 불법이기 때문에 캔맥주만 마실 수 있다”며 해명하느라 바빴다는 것이다. 차마 웃지 못할 광경이었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주문했어도 현실은 이처럼 초라하기만 하다.

경직된 규제는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기 마련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하는 이유다. 몇 가지 규제를 줄이거나 수정하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다. 아예 규제의 틀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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