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설움의 꽃 '산수유', 설렘으로 피어나다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산수유꽃기행
지난주부터 피어 4월초까지 절정기 맞아
슬픈 현대사가 담긴 '산둥애가'
천년째 자리 지키는 '할머니 나무'
반곡·하위·상위마을 산수유꽃 만발해
  • 등록 2018-03-23 오전 12:00:02

    수정 2018-03-23 오전 12:00:02

산수유문화관에서 약 600m 떨어진 반곡마을은 대음교를 중심으로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과 반석이 산수유 꽃과 어우러진 곳이다. 대음교 주변으로 산수유나무 군락을 따라 산책로가 나서 산수유 꽃을 만끽하기 제격이다.
산수유문화관에서 약 600m 떨어진 반곡마을은 대음교를 중심으로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과 반석이 산수유 꽃과 어우러진 곳이다. 대음교 주변으로 산수유나무 군락을 따라 산책로가 나서 산수유 꽃을 만끽하기 제격이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잡은 상위마을 계곡에 핀 산수유꽃. 상위교를 지나자마자 계곡을 따라 오르거나 마을로 진입하면 산수유나무 군락과 돌담, 시골집이 한데 어울려 정감 어린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전남 구례=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남녘의 산과 들이 향기로워지기 시작했다. 봄의 전령사 복수초와 노루귀가 봄소식을 알리더니 이내 남녘은 꽃무릇으로 뒤덮였다. 강마을도, 산마을도 꽃그늘에 잠겨 꽃향기 은은한 아지랑이를 피워올리고 있다. 꽃향기를 따라 찾아간 곳은 전남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마을이다. 구례의 봄꽃은 단연 산수유다. 지난주부터 노란 꽃들이 활짝 피어나 4월 초까지 절정기를 맞는다. 개나리처럼 샛노란 빛깔은 아니지만, 노란색 안개가 마을을 덮은 듯 은은한 봄빛이 장관을 이룬다. 여기에 오가는 길에 만나는 옛 정취 간직한 마을들에선 소박하지만, 내력 깊은 볼거리와 이야기들이 기다린다.

산수유문화관에서 약 600m 떨어진 반곡마을은 대음교를 중심으로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과 반석이 산수유 꽃과 어우러진 곳이다.


◇슬픈 현대사가 담겨있는 ‘산동애가’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중략)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 가꾸는 꿈처럼 보인다.”

소설가 김훈은 수필집 ‘자전거여행’에서 산수유꽃을 이렇게 묘사했다. 산수유꽃을 이처럼 잘 그려낼 수가 없다. 일설에, 산수유는 지금부터 1000년 전 중국 산둥성에서 구례로 시집온 며느리가 가져와서 처음으로 심었다. 산수유마을로 불리는 산동면이라는 이름도 거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각종 한약재로 쓰이는 산수유는 이 동네의 주요 소득원으로 ‘대학나무’로 불린다. 20~30년 전만 해도 산수유나무 두세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가 산동면에서 나온다.

산수유문화관에서 약 600m 떨어진 반곡마을은 대음교를 중심으로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과 반석이 산수유 꽃과 어우러진 곳이다. 대음교 주변으로 산수유나무 군락을 따라 산책로가 나서 산수유 꽃을 만끽하기 제격이다.


산수유 꽃에는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가 숨어 있다. 여순반란 사건 때 산동면의 부자였던 백씨 집안의 오 남매 중 둘째 딸인 백순례(애칭 부순)는 열아홉 나이에 부역 혐의로 희생됐다. 그의 희생은 집안의 대를 이으려는 어머니 고순옥(1987년 사망) 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백씨네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이미 일제 징용과 여순사건으로 목숨을 잃었고, 셋째아들마저 쫓기자 순례를 대신 내놓았다. 그가 처형되기 직전 끌려가면서 스스로 부른 노래가, 1960년대 대중가요로 나온 ‘산동애가’(山東哀歌) 다.

“잘 있거라 산동아/너를 두고 나는 간다/열아홉 꽃봉오리 피어보지 못한 채로/까마귀 우는 골에 병든 다리 절며/달비 머리 풀어 얹고 원한의 넋이 되어/노고단 골짜기에 이름 없이 쓰러졌네/ 이 노래를 지은 백순례는 불과 19살 처녀였다. 이 노래에는 당시의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가 그대로 스며 있다.

산수유문화관에서 약 600m 떨어진 반곡마을은 대음교를 중심으로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과 반석이 산수유 꽃과 어우러진 곳이다. 대음교 주변으로 산수유나무 군락을 따라 산책로가 나서 산수유 꽃을 만끽하기 제격이다.


◇산수유와 돌담, 시골집이 어우러져 천상의 풍경을 만들다

이제 산수유 꽃 탐방에 나설 차례다. 산수유마을입구에 자리한 산수유문화관이 들머리다. 문학관 뒤편은 산수유꽃 조형물이 있는 산수유사랑공원으로, 해마다 ‘산수유 축제’의 주무대가 바로 여기다. 여기서부터 반곡·하위·상위마을이 이어진다. 여행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은 곳이다. 특히 자리산나들이장터부터 구산공원, 산수유사랑공원까지 산수유 꽃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 둘러보기에 편하다.

반곡마을은 산수유문화관에서 약 600m 떨어져 있다. 대음교를 중심으로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과 반석이 산수유 꽃과 어우러진 곳이다. 대음교 주변으로 산수유나무 군란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어 산수유 꽃을 만끽하기에도 제격이다. 곳곳에 산수유 꽃이 흐드러진 풍경을 사진이나 화폭에 담는 사람부터 추억을 남기려는 연인·가족·친구들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잡은 상위마을 계곡에 핀 산수유꽃. 상위교를 지나자마자 계곡을 따라 오르거나 마을로 진입하면 산수유나무 군락과 돌담, 시골집이 한데 어울려 정감 어린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다시 하위마을을 지나면 상위마을이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임진왜란 때 피란민들이 들어와 조성한 마을로, 산수유마을에서 가장 높고 깊은 곳에 들어앉았다. 한때 80여 호에 달했다. 하지만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남자들이 죽거나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20여 가구만 남아 산수유를 가꾸고 살아가고 있다. 상위교를 지나자마자 계곡을 따라 오르거나 마을로 진입하면 산수유나무 군락과 돌담, 시골집이 한데 어울려 정감 어린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천상의 풍경이라 할 정도로 눈부신 경관이다.

현천마을은 4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특히 마을 입구의 저수지 현천제는 산책로와 지리산 둘레길이 이어지는 코스인 데다, 원래 저수지에 비치는 산수유 꽃이 아름다워 찾는 이들이 부쩍 많은 곳 중 하나다. 저수지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현천마을의 원색 지붕과 산수유 꽃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마을 곳곳을 이어주는 돌담과 산수유 꽃이 어우러져 봄기운이 가득하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잡은 상위마을 계곡에 핀 산수유꽃. 상위교를 지나자마자 계곡을 따라 오르거나 마을로 진입하면 산수유나무 군락과 돌담, 시골집이 한데 어울려 정감 어린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 천 년 전 중국 산동 처녀가 심었다는 ‘산수유’

현천제를 따라 산자락을 넘으면 계척마을이다. 지리산온천에서 남원 방면으로 5km 정도 떨어졌다. 이 마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산수유 시목이 있다. 중국 산둥성에 사는 처녀가 시집오면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 속의 나무다. 산둥 처녀의 이야기처럼 1000년 세월을 그대로 담아 해마다 산수유 꽃이 만발한다. 계척마을의 산수유 시목을 할머니 나무라 부른다. 키는 무려 10m를 훌쩍 넘고, 밑동도 느티나무처럼 우람하고 기품있다. 할머니나무도 지금 노란 꽃을 몽실몽실 틔웠다. 시목지 주변에는 한반도와 중국의 지형을 형상화한 만리장성을 쌓아놓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구례 산수유마을 중 계척마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산수유 시목이 있다. 산둥 처녀의 이야기처럼 1000년 세월을 그대로 담아 해마다 산수유 꽃이 만발한다.


산수유 아들나무는 수락폭포 가는 길목의 원달리 ‘달전마을’에 있다. 아들나무의 수령은 300년 정도다. 애초 여기에도 산둥성에서 시집온 처녀가 산수유 씨앗을 심었다. 계척마을의 할머니나무와 함께, 인심 좋은 할아버지나무로 불렸다. 과거에는 마을 주민들과 마을을 찾은 보따리장수들이 쉬어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무는 오래전에 고사했고, 그 자리에 산수유나무가 새로 올라왔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아들나무다.

산수유 씨앗을 가져온 처자가 통일신라 말기 학자인 최치원의 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라 경문왕 당시 당나라에 유학을 갔던 최치원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최치원이 갑작스레 귀국하게 된다. 이후 아버지를 찾아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늘 고향을 잊지 말라며 산수유 씨앗을 손에 쥐여줬다는 이야기다.

구례 10경 중 하나인 수락폭포


계척마을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가 수락폭포다. 구례 10경 중 하나로, 깊은 산속에서 굽이굽이 흘러온 물줄기가 높이 15m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소리만 들어도 폭포의 위압감은 대단하다. 기암괴석과 울창하게 자라난 수목이 주변을 둘러싸, 폭포 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 그래서인지 소리 공부를 위해 다녀간 소리꾼이 많다고 한다. 동편제의 대가인 국창 송만갑 선생도 이곳에서 수련했으며, 폭포 맞은편에는 득음한 자리에 득음정이 세워졌다.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잡은 상위마을 계곡에 핀 산수유꽃. 상위교를 지나자마자 계곡을 따라 오르거나 마을로 진입하면 산수유나무 군락과 돌담, 시골집이 한데 어울려 정감 어린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메모

△가는길=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논산천안고속도로 천안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 갈아탄다. 논산분기점에서 익산-포항고속도로를 타고 익산 방향으로 가다가 순천완주고속도로를 갈아타 완주 방향으로 약 30분 가면 오수IC교차로에서 ‘구례, 만원’ 방면으로 들어서 춘향로를 따라 산동교차로까지 직진하면 지리산온천단지가 나타난다.

△먹거리= 산동면 상관마을 입구에 있는 옛날집(061-783-3886) 지리산 온천관광지구 내에서도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언뜻 보면 별장처럼 넓은 대지와 수목 흐드러진 곳에 자연산 송이버섯전골과 흑돼지구이, 멧돼지 바비큐, 엄나무백숙, 산수유 오리주물럭을 전문으로 한다. 산동마을 당골식당 ‘산닭구이’는 구례특산물인 산닭으로 한상차림을 차려내는 곳이다. 여기서 산닭구이를 주문하면 산닭구이와 산닭회가 함께 나오고, 마지막에는 산닭백숙과 산닭죽이 나온다.

△잠잘곳= 산수유마을 입구에 지리산온천관광단지가 있다. THE-K 지리산가족호텔, 지리산온천랜드 등 다양한 숙박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중 현천마을 현천제 저수지 앞에 핀 복수초
당골식당의 산닭구이는 갓 잡은
당골식당의 산닭육회는 갓 잡은 닭에서 가슴살만 발라내 육회로 먹는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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