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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지방자치단체의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킬 정도로 정부의 관심이 높은 사업이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층에선 고용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고위층의 관심과 달리 중앙정부는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긴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는 비단 광주라는 지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중앙정부와 문 대통령이 훈수만 둘 것이 아니라 직접 대화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이견 조율, 지방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
지난 5일 타결 직전까지 갔던 광주형 일자리모델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유예와 관련한 협상안에 대해 노동계와 현대차가 모두 난색을 표하면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대차는 ‘광주 완성차 공장이 차량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협약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임단협 유예를 명문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현대차가 요구하는 내용을 협약서에 명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는 광주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6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현대차와의 협상을 잘 마무리하지 못해 참으로 아쉽다”고 심경를 토로했다.
이 시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른 노동계와 현대차의 요구를 조정해 해법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렵지만 국민의 뜨거운 염원을 가슴에 담고 시대의 명령인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해 다시 뛰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자체만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를 성공시키려면 양대노총을 설득해야 하는데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문제만큼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문제의 상황도 엄중하다”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과만 대화할 것이 아니라 현대차와 양대노총과 대화를 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등의 불 광주시, 강건너 불구경 중앙정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국정 최고책임자가 직접 협상안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대화테이블에 앉아 노사간 이견을 조율하는 노력을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형일자리의 벤치마킹 모델인 독일의 ‘아우토5000(AUTO 5000)’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슈뢰더 당시 총리가 직접 개입해 협상을 조율한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노동부 등 중앙정부에서는 그동안 광주형일자리 도입을 전제로 복지혜택 부여방안 등 후속책 마련에만 매달려 왔다. 광주형일자리는 기존 사업장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는 대신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각종 복지혜택을 부여해 근로자 임금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광주형 일자리 도입을 지자체에만 맡겨뒀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중앙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앙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시장경제와 지방자치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상 난항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나 정부가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협상주체의 노력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