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현안 ‘잠식’
새누리당이 국감장에 복귀하면서 가까스로 정상궤도를 찾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이 모든 현안들을 잠식했다. 두 재단의 주무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국감 마지막날까지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문화체육부가 이례적으로 하루만에 설립 허가를 내줬다는 점을 비롯해 이화여대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입학을 위해 학칙을 변경하고 학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획재정위에서는 두 재단의 기금 모금을 주도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출연한 배경에 대해서도 기부금 세액공제, 총수 사면 등을 거론하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는 기업에 대한 준조세 부담을 줄이고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국토교통위와 산업자원위에서는 한국-이란 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이란 테헤란에 건설되는 K타워 프로젝트에 미르재단이 포함된 경위를 두고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보건복지위에서는 백 씨의 사인이 ‘외인사냐 병사냐’를 두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지만 이 또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백남기 농민을 둘러싼 책임 소재 또한 제대로 가려지지 못한 셈이다.
핵심증인채택 불발..의혹 규명 한계
특히 핵심 증인 채택이 잇따라 불발되면서 의혹 규명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야당의 집중 공세에 여당은 ‘근거없는 정치 공세, 허위 폭로’라고 맞섰다. 몇몇 상임위는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파행을 겪기도 했다. 교문위의 경우 두 재단의 핵심 관계자인 최순실·차은택 및 최경희 이대 총장 등에 대한 증인채택을 추진했지만 여당에서 안건조정절차를 앞세워 이를 무산시켰다. 심지어 교문위는 잇딴 파행으로 ‘주파야감(낮에는 파행을 겪고 밤에 국감을 한다)’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번 국감에 대해 ‘부실 국감’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여야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야당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증인채택 실랑이를 했지만 이번 국감처럼 집권당이 진실 감추기 위해 철저히 증인채택 막는 행태는 처음 본다”(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유령감사가 되고 있다”(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면서 여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비판했고, 여당은 “민생은 실종되고 대선을 겨냥한 정쟁만 난무했다는 국민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며 국감 파행의 잘못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
여전히 청와대와 여당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두 재단을 비롯해 각종 비리 의혹의 배후로 지목되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감 증인 불출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우 수석은 오래전부터 사퇴를 종용받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에 야당은 백남기 농민과 두 재단과 관련해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논란을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 및 백남기 농민 사태는 당분간 여야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