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수 ‘스스로 지탱하기 위한 선택’(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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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 김범수는 얼굴을 그린다. 자화상 작업이 계기가 됐단다. 그러다가 자신만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게 영 성에 안 찼나 보다. ‘소통할 얼굴’을 찾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그저 생긴 대로 옮긴 인물화가 아니란 거다. 좋고 싫고의 감정은 빼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담아내며 특유의 화풍이 자리 잡았다는데. 정교한 패턴이 들어찬 초록 머리, 붉은 입술과 가지런한 치아, 커다란 눈과 그 안에 들인 꽃문양 눈동자 등은 작가의 상징이 됐다.
눈과 입에 흐르는 미묘한 차이를 무시한다면 모델의 상태는 얼굴 아닌 몸짓으로 읽을 수 있다. 턱을 괴거나 팔짱을 끼우는 식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지탱하기 위한 선택’(2017)은 흔치 않은 포즈로 시선을 끈다. 긴 팔을 교차해 귀를 막다? 사연 있어 보이는 ‘선택’이 아닌가.
25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 미광화랑서 여는 개인전 ‘얼굴: 정체성의 정체를 묻다’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90×90㎝. 작가 소장. 미광화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