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진실 규명만큼이나 '적법절차' 중요하다

  • 등록 2019-03-27 오전 5:00:00

    수정 2019-03-27 오전 5:00:00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 범죄자 내지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자가 유명인인 경우는 그들에 대한 수사진행과정이 언론에 시시각각 보도된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들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거나 그들이 뭔가 은폐하려고 하는 모습에 분노하며, 그들이 구속되어 법의 심판을 받는 모습에 정의가 실현된다고 느낀다. 이는 당연한 법 감정 표출이며,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에 대한 수사과정이 헌법에 명문화된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를 준수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다.

최근 세간의 주목을 크게 끈 사건이 몇 건 있다. 우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이다. 프로포폴은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이 사장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가의 일원인 점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처벌은 물론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다만 경찰이 수사 초기 의혹이 제기된 성형외과에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임의제출을 요구한 것은 선득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것도 사흘간 요구했다. 병원 측은 법원의 영장 없이는 진료기록부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그 기간 중 연일 기사가 쏟아졌고, 범죄를 은폐한다며 병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다. 마침내 경찰은 지난 22일 병원장을 의료법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입건한 후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처음부터 영장을 발부 받고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았을까 싶다. 수사기관이 우리의 진료기록을 영장 없이도 언제든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면 두렵기만 하다.

가수 정준영이 지난 21일 구속되었다.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하고 이를 주변에 반포한 혐의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 죄질이 몹시 나쁠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염려도 있기에 구속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그에 대해 21시간 동안 수사가 진행된 것은 (경찰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경찰과 클럽 간 유착의혹이 불거지고 대중의 분노가 큰 사건인 만큼 경찰이 철저히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밤샘수사가 이루어진 상황은 충분히 이해간다. 다만 아무리 나쁜 범죄혐의자라도 20시간 넘게 밤샘 수사하는 것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차라리 쪼개어 이틀 연속으로 수사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검찰수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경우는 다르지만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2017년 12월 심야조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저해한다며 오후 11시를 넘기지 못하도록 권고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지난 22일 밤 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심사까지 마치고 항공기 탑승을 대기하고 있다가 법무부가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출국이 무산되었다. 오랜 기간 밝혀지지 않은 접대와 수사외압의혹은 만천하에 밝혀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법무부의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적법했는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에는 긴급출국금지 대상을 범죄 피의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측은 “피내사자도 피의자로 볼 수 있다”며 문제없다고 하지만, 검찰사건사무규칙에는 피내사자와 피의자를 구별하고 있다. 출국금지는 법무부장관의 권한이다. 사전에 출국금지를 취하지 않은 법무부 장관의 안일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마약을 투여했거나 이를 제공한자, 불법촬영을 했거나 반포한자, 접대를 받았거나 수사외압을 가한 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하여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그러나 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다소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법절차’와 그 정신은 준수되어야 한다. 공권력은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으며 남용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사법역사를 뒤돌아보아도 범죄혐의자에 대한 적법절차가 준수되는 것이 곧 인권신장의 역사가 되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진술한 것은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미란다 원칙을 탄생시킨 장본인인 미란다(Miranda)는 아주 흉포한 범죄혐의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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