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무작정 망명했을 당시 프랑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난민인 저에게도 차별없이 제공해 준 복지 혜택들이 없었더라면 저는 파리의 택시운전사가 아닌 택시강도가 됐을 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으로 유명한 홍세화씨. 그는 대학 졸업 후 입사한 무역회사 해외지사 근무를 위해 유럽으로 갔다가 이른바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 난민신세가 됐다. 어쩔 수 없이 망명을 택한 나라는 프랑스였다. 그런 홍씨는 얼마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망명 생활에 절대적 힘이 돼 줬던 프랑스 식 보편복지에 이처럼 위트 넘치는 헌사(獻辭)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청년들이 딛고 서있는 현실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25~29세 청년층 빈곤율은 지난 2013년 4.7%에서 2015년 7.1%까지 높아졌다. 2006년에 6.7%였던 19~34세의 상대소득 빈곤율은 이들이 28~43세가 된 2015년에도 6.3% 수준이었다. 아무리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뜻이다. 청년실업률은 7%를 웃돌고 있고 20대 청년들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그나마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생계맞춤형 기본소득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 덕에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은 만 6세에서 만 7세 미만까지 늘어났고, 소득하위 20% 어르신에게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그 사이에 낀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혜택은 아무 것도 없다.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그럴싸한 표현을 갖다 붙였다. 그러나 학업과 일자리, 결혼과 출산, 건강과 주거 등 청년들이 안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아픔`이라기보다는 `공포`에 가깝다. 유독 이들에게만 아무런 지원과 응원 없이 그 불안을 이겨내라고 하는 건 공동체의 집단적 책임 방기다.
현실적 제약은 있다. 재정이 뒷받침 되느냐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 온 난민 청년이 택시강도가 돼 파리를 배회하는 대신에 선량한 택시운전사가 될 수 있도록 해준 그런 보편 복지를 향해 가겠다는 그 방향성만은 흔들리지 않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