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청년수당을 위한 변명

홍세화씨 "佛 보편복지 없었다면 파리 택시강도 될 뻔"
서울시 청년수당 확대 두고 냉소·억지·비논리 빗발"
참담한 현실에 처한 청년 지원 않는 건 집단 책임방기
기본소득 위한 보편복지 고민…중앙정부 결단 필요
  • 등록 2019-11-15 오전 2:40:00

    수정 2019-11-15 오전 2:40: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무작정 망명했을 당시 프랑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난민인 저에게도 차별없이 제공해 준 복지 혜택들이 없었더라면 저는 파리의 택시운전사가 아닌 택시강도가 됐을 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으로 유명한 홍세화씨. 그는 대학 졸업 후 입사한 무역회사 해외지사 근무를 위해 유럽으로 갔다가 이른바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 난민신세가 됐다. 어쩔 수 없이 망명을 택한 나라는 프랑스였다. 그런 홍씨는 얼마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망명 생활에 절대적 힘이 돼 줬던 프랑스 식 보편복지에 이처럼 위트 넘치는 헌사(獻辭)를 보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들고 나온 청년지원정책을 두고 말들이 많다. 현재 7000명에게 주는 청년수당을 3년간 10만명까지 늘리고 청년 1인가구에 월세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대권을 노린 선심성 퍼주기 아니냐”는 냉소부터 “극단적 선택을 한 성북구 네 모녀나 도울 것이지”, “청년들을 게으른 베짱이로 만들 거냐”, “지방 청년들은 어쩌라고” 하는 등 사실과 맞지 않거나 비논리와 억지에 가까운 얘기들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청년들이 딛고 서있는 현실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25~29세 청년층 빈곤율은 지난 2013년 4.7%에서 2015년 7.1%까지 높아졌다. 2006년에 6.7%였던 19~34세의 상대소득 빈곤율은 이들이 28~43세가 된 2015년에도 6.3% 수준이었다. 아무리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뜻이다. 청년실업률은 7%를 웃돌고 있고 20대 청년들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그나마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생계맞춤형 기본소득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 덕에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은 만 6세에서 만 7세 미만까지 늘어났고, 소득하위 20% 어르신에게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그 사이에 낀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혜택은 아무 것도 없다.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그럴싸한 표현을 갖다 붙였다. 그러나 학업과 일자리, 결혼과 출산, 건강과 주거 등 청년들이 안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아픔`이라기보다는 `공포`에 가깝다. 유독 이들에게만 아무런 지원과 응원 없이 그 불안을 이겨내라고 하는 건 공동체의 집단적 책임 방기다.

오히려 청년수당을 비판하려면 “왜 모든 청년들에게 동일하게 지급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편이 낫다. 이른바 기본소득 말이다. 선별적인 복지는 인간의 존엄성이 이미 훼손된 경우에 지원하는 것이다. 그 존엄성을 잃지 않고 굴종하는 삶을 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여야 한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는 아이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다”라고 했다. 자격조건 따지고 쓸 용도를 제한해 청년들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내모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그래서 서울시나 경기도만이 아니라 중앙정부도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 제약은 있다. 재정이 뒷받침 되느냐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 온 난민 청년이 택시강도가 돼 파리를 배회하는 대신에 선량한 택시운전사가 될 수 있도록 해준 그런 보편 복지를 향해 가겠다는 그 방향성만은 흔들리지 않아야 할 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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