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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계가 스타 마케팅을 넘어 ‘스타 메이킹’에 앞장서고 있다. 티켓 파워가 있는 아이돌 가수나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던 것에서 벗어나 공연계가 직접 신인 배우를 발굴해 스타 만들기에 나섰다.
지난 21일 개막한 연극 ‘어나더 컨트리’(8월 11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는 출연 배우 19명 중 13명을 작품 경력이 거의 없는 신인 배우들로 꾸렸다. 국내 초연작임에도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것은 흔치 않아 개막 전부터 공연계 안팎의 관심을 모아왔다.
지난 1월 주요 배역 선발을 위한 오디션을 진행했다. 750여 명의 배우들이 지원했는데 그중 267명이 주인공 토미 저드 역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 결과 신인 배우 문유강이 토미 저드 역에 최종 낙점됐다. 공연을 홍보하는 로네뜨 관계자는 “오디션 이후 입소문을 탔는지 몇몇 매니지먼트에서 문유강 배우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어나더 컨트리’는 1930년대 영국 명문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영혼 가이 베넷과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이단아 토미 저드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국 극작가 줄리언 미첼 작품. 198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영국 공연 당시 ‘신인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다.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콜린 퍼스가 데뷔한 것도 바로 이 ‘어나더 컨트리’였다.
또 다른 ‘신인 등용문’인 뮤지컬 ‘그리스’(8월 1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도 신인 배우들의 활약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선균, 김소현, 엄기준, 강지환, 조정석 등 스타 배우들을 키워냈던 ‘그리스’는 6년 만에 돌아온 이번 프로덕션에서도 주요 배역을 신인들로 꾸려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리스’를 홍보하는 창작컴퍼니다 관계자는 “엄청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가 출연할 때처럼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신인이라고 티켓이 전혀 안 팔리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신인 배우들이 생각보다 잘 하고 에너지가 넘쳐서 이들을 또 보러 오는 관객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막 전 신인 배우들이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그룹 ‘티버드’와 ‘핑크 레이디’의 이름으로 음원을 발표하고 음악 방송에 출연했다. 창작컴퍼니다 관계자는 “지금은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그리스’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활동기간이 짧았다는 아쉬움이 있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음원 발표 등 활동을 이어갈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공연계는 2004년 배우 조승우가 출연한 ‘지킬 앤 하이드’를 기점으로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옥주현·김준수·박효신 등 두터운 팬층을 지닌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로 넘어오면서 티켓 파워로 흥행을 견인해왔다. 최근에도 엑소 멤버 수호, 세븐틴 멤버 도겸, 샤이니 멤버 키 등이 뮤지컬과 연극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원 교수는 “스타를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 뮤지컬, 나아가 공연계가 독자적인 스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타 마케팅이 스타에 끌려가면 문제가 되지만 오히려 스타를 만들어내고 키워내는 변화는 고무적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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