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①“과거 新문물 수용했듯, 회계업계도 AI 받아들여야”

김의형 회계기준원 원장의 추천 도서 ‘일그러진 근대’
“선진국 시각 뒤집고 성장 이룩한 한국 잠재력에 주목”
“변화 시기 맞은 회계사, 유연하고 창의적 자세 가져야”
  • 등록 2018-02-09 오전 5:00:00

    수정 2018-02-09 오전 5:00:00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그러진 근대’를 통해 한국인의 저력과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서구 열강이 득세하던 1900년대 전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영국이 아시아를 보는 시각은 어땠을까. ‘고요한 아침의 나라’(한국)와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일본)라는 명칭의 온도차는 어떤 연유에서 생겨난 걸까.

회계 외길만 걸어온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이 근대 한국(조선)과 일본을 다룬 책 ‘일그러진 근대’에 꽂힌 이유는 현상을 바라보는 입체적 시각이 회계 업무와도 꼭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회계란 기업의 활동과 경제 현상에 대해 보고 관찰하고 평가하고 인식하는 과정 또는 방식’이라고 정의한 김 원장은 “책을 보면서 이러한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사람마다 다른지 다시 한번 깨달은 계기”라고 소개했다. 특히 개방에 소극적이던 한국이 당시 냉혹한 평가를 딛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현대의 모습을 보며 “유전자(DNA)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그는 술회했다.

‘일그러진 근대’(푸른역사)
◇외국인이 본 근대 韓·日, 입체분석 인상적

‘일그러진 근대’의 저자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다분히 미국 관점에서 쓰여졌던 근대 한국과 일본 정치 상황과 생활상을 영국인의 여행서와 매체 등을 통해 풀어낸다. 김 원장은 “영국은 산업혁명 등을 통해 근대화에 가장 앞장선 국가”라며 “외국인의 시각으로 1900년대 한국을 비춰본다는 발상이 신선했다”고 이 책의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책은 근대화 과정을 겪는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영국인들의 시각차를 전하고 영국인 커즌(남성)과 비숍(여성)이 각 나라를 여행하며 어떻게 보고 느꼈는지 등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당시 일본은 탈아입구(脫亞入歐) 정책까지 펼치며 개방을 적극 수용한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위정척사(衛正斥邪)를 지키면서 대조를 이뤘다. 일본을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로 일컫고 한국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표현한 이유다. 여행자들 역시 일본은 활기차고 부산한 모습으로 묘사한 반면 한국에서는 정체된 느낌을 받았다고 서술했다.

김 원장은 먼저 개방에 나서며 서구와 관계를 맺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일본을 통해 근대화를 받아들인 시대 상황에서 이러한 차이가 비롯된 것으로 봤다. 그는 “일본은 메이지 유신이라는 큰 변화를 겪으면서 서양 편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당시 한국은 피폐했던 조선 후기였다”며 “한국의 근대화 가망성이 없다고 언급한 부분은 당시로서는 정확한 지적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행자의 성별에 따라 한·일을 바라보는 모습이 달랐던 점을 비교한 대목도 집중했다. 그는 “비숍의 경우 한국에서 남자들은 흰옷만 입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로 표현한 반면 여성은 굉장히 바쁜 것으로 묘사하는 등 유교 문화가 지배하던 당시 생활상을 파악했다”며 “사물을 보는 관찰자의 시각에서도 신분이나 감정에 따라 극명한 대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DNA도 얼마든지 변해…고정관념 깨야”

영국인들이 묘사하는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은 지금 시각으로 보기에는 다소 충격적이다. 언제나 ‘빨리 빨리’만을 외치며 근면성실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국인이지만 1900년대 영국인들은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게으르며 근면이나 노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더 나아가서는 한국을 ‘쇠락하고 죽어가는 나라’라고 평가 절하했다. 영·일 동맹을 맺고 제국주의를 전개하면서 한국을 식민지화하며 세력을 넓혀나간 일본을 인정 또는 의식하던 모습과 대비된다. 다만 김 원장은 이 책이 당시 현상에 대한 다각도의 시각·관점을 분석한 것일 뿐 식민사관처럼 다른 주제로 비칠 수 있는 점을 경계했다. 그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근대화를 이룬 영국과 달리 단순히 근대화를 수입한 일본과 그런 일본을 통해 근대화에 들어선 한국의 차이일 뿐”이라며 “일본과 한국 모두 부자연스러운 근대화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그는 박한 평가를 받던 한국이 빠른 변화를 통해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점에 주목했다. 김 원장은 “책을 보면 영국인들은 당시 한국을 ‘애국심이 없다’고 봤지만 3·1 운동 이후 애국주의·민족주의가 강화된 것으로 평가했다”며 “오랜 중앙집권제와 유교적 사상을 거치며 역동적인 한국인의 고유 DNA가 억압 받다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다시 강해진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책을 읽는다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과거의 모습을 보면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재를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인도 환경의 변화 대응해야 할 시기

근대 한·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회계인의 마인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는 김 원장은 회계 또한 입체적인 분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계란 기업 활동을 보고 말이나 글이 아닌 프레임으로 전달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며 “의사소통을 잘하려면 사용자 시각에서 어떻게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방 압력에 시달리던 당시 한국의 대응을 살펴보며 변화의 시기를 맞은 현재 회계산업의 대응 방향을 조언하는 모습에서는 선배 회계인으로서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회계 감사 업무의 인공지능(AI) 적용 등 기술의 발전을 맞아 회계사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원장은 “기술의 발전은 회계 처리 과정에 해당하는 것이지 기업 정보를 전달한다는 회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회계 프로세스에서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수용해 더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의형 원장은

1956년 출생해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경영학과를 수료했다. 한국은행을 거쳐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후 미국 PwC 뉴욕을 거쳐 삼일회계법인 대표와 삼일PwC컨설팅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을 맡고 있다. 증권거래소 공시위원회,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회, 국민경제자문 회의, 한국언론진흥기금,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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