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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제주 서귀포 남쪽 해안의 ‘박수기정’. 깎아지른 절벽과 주상절리, 감싸듯 총총 박힌 소나무가 한 폭 병풍이 돼 가슴에 박히는 풍광. 1년 내내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란 뜻이란다.
‘제주 박수기정’(2018)은 과감하게 둘로 분할한 화면에 얹은 전통화법으로 뽑아낸 ‘진경’이다. 대평포구에서 바라보면 이런 절경이 나온다는데, 작품은 ‘밀당’ 중인 먹의 번짐과 색의 스밈까지 보탰다. 망설임 없이 죽죽 그어낸 붓선에도 주눅 들지만 더한 건 여백이다. 흔히 말하는 ‘여백의 미’가 바다고 하늘이 될 줄은 몰랐으니까. 깊고 푸른 여백, 바로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