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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SK는 지난해 넥센(당시 히어로즈)에서 은퇴한 전준호를 작전 코치로 영입했다. 전 코치는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 도루기록을 갖고 있는 전설적인 주루 플레이어였다.
전 코치는 SK의 강점인 발야구를 빛내 줄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는 시즌 개막 후 일주일여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전 코치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전 코치 합류 이후 SK 선수들의 도루에 대한 감각이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2군행은 SK 발야구의 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 SK 한 코치는 "전 코치는 훌륭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지도자다. 하지만 SK의 주루 플레이는 기술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감독님께서 그걸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기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코치가 1루를 맡고 있을 당시 4경기서 SK는 5번 도루를 시도해 1번만 성공했다.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나 2군으로 내려간 뒤 치러진 15경기서는 37번 시도해 26번을 성공시켰다.
경기당 1개 정도의 시도가 있었던 시즌 초반과 달리 최근 SK는 경기당 평균 2차례 이상의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SK 발야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배제됐을 때 비로서 강함을 드러낼 수 있다. 김 감독은 도루 실패에 대해선 선수들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틈이 보인다고 생각되면 누구든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아킬레스건이 완전치 않은 박경완을 빼면 모두가 도루를 노린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실패에서 얻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면 다음엔 보다 확실한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또 모든 선수들이 달릴 수 있다는 중압감은 상대 배터리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한번의 도루 실패가 당장 눈 앞의 경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패배 속에서도 최소한 상대 배터리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다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것이 SK 발야구 철학이다. 특히 도루 실패는 포스트시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데이터 자료로 활용된다.
반면 전준호 코치는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무모한 시도는 지양했다.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만큼 부담이 컸던 탓으로 보인다. 때문에 도루 시도 자체가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근우는 여전히 가장 두려운 주자 중 한명이다. 끊임 없이 뛰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질주는 상대에게 더 공포스러울 수 밖에 없다.
SK는 발야구가 살아나며 특유의 조직력도 되찾고 있다. 그들의 발이 상대를 더욱 옭죄고 있는 이유는 두려움을 덜어놓은 채 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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