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 코치 2군행과 SK 발야구 철학

  • 등록 2010-04-21 오전 11:16:14

    수정 2010-04-21 오전 11:22:01

▲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SK는 지난해 넥센(당시 히어로즈)에서 은퇴한 전준호를 작전 코치로 영입했다. 전 코치는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 도루기록을 갖고 있는 전설적인 주루 플레이어였다.

전 코치는 SK의 강점인 발야구를 빛내 줄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는 시즌 개막 후 일주일여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전 코치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전 코치 합류 이후 SK 선수들의 도루에 대한 감각이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2군행은 SK 발야구의 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 SK 한 코치는 "전 코치는 훌륭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지도자다. 하지만 SK의 주루 플레이는 기술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감독님께서 그걸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기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코치가 1루를 맡고 있을 당시 4경기서 SK는 5번 도루를 시도해 1번만 성공했다.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나 2군으로 내려간 뒤 치러진 15경기서는 37번 시도해 26번을 성공시켰다.

단순히 성공률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도루 시도 자체가 크게 늘어났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당 1개 정도의 시도가 있었던 시즌 초반과 달리 최근 SK는 경기당 평균 2차례 이상의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SK 발야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배제됐을 때 비로서 강함을 드러낼 수 있다. 김 감독은 도루 실패에 대해선 선수들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틈이 보인다고 생각되면 누구든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아킬레스건이 완전치 않은 박경완을 빼면 모두가 도루를 노린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실패에서 얻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면 다음엔 보다 확실한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또 모든 선수들이 달릴 수 있다는 중압감은 상대 배터리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한번의 도루 실패가 당장 눈 앞의 경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패배 속에서도 최소한 상대 배터리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다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것이 SK 발야구 철학이다. 특히 도루 실패는 포스트시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데이터 자료로 활용된다.  

반면 전준호 코치는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무모한 시도는 지양했다.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만큼 부담이 컸던 탓으로 보인다. 때문에 도루 시도 자체가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SK서 가장 많은 도루(9개)를 성공시킨 정근우는 실패도 5번이나 기록했다. 성공률이 64%에 불과하다. 특급 주자들이 평균 75% 정도 기록하는 점을 감안하면 모자람이 있는 수치다.

그러나 정근우는 여전히 가장 두려운 주자 중 한명이다. 끊임 없이 뛰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질주는 상대에게 더 공포스러울 수 밖에 없다.

SK는 발야구가 살아나며 특유의 조직력도 되찾고 있다. 그들의 발이 상대를 더욱 옭죄고 있는 이유는 두려움을 덜어놓은 채 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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