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투명하게]①文 한마디에…속도내는 기부금통합관리시스템

정의연 논란에, 文정부 초기 추진 통합관리시스템 속도
한눈에 파악 어려운 기부정보, 통합관리시스템에 모아
시민단체 책임범위 여전히 불분명…의무강화 법령도 후퇴
단체의무 확대·처벌 강화 발의…기부 완화대책도 재검토
  • 등록 2020-06-10 오전 2:11:00

    수정 2020-06-10 오전 2:11: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유용 논란이 시민단체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정부가 기부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시스템 구축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부단체가 사용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령 개정안이 축소되는 등 단체의 책임 범위가 여전히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한눈에 파악 어려운 기부정보, 기부금통합관리시스템으로

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총 8억9000만원을 투입해 구축하고 있는 기부금통합관리시스템은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정농단의 핵심이었던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기업들이 기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정의연 의혹으로 다시 기부 단체 투명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의연 논란을 언급하며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자신이 낸 기부금이나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민들의 선의가 바르게 쓰이게 되고, 기부문화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번 통합시스템은 흩어져 있는 기부 관련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 기부금품 모집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1365기부포털’에, 적법하게 등록된 사회복지시설인지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와 기부금 사용 현황은 국세청 ‘홈택스’에서 각각 확인해야 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1365기부포털에도 기부금 모집·사용실적이 공개되고 있지만 권장 사항이라 정보가 없는 단체도 허다하다.

또 기부자와 기부 단체, 등록 단체 모두가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체계적으로 이력도 관리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특히 시스템에 가입한 기부자가 본인의 기부 현황과 기부한 단체의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마이페이지’ 서비스도 마련하고, 오프라인으로만 이뤄지는 기부금 등록 관청의 업무도 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게 한다. 이에 행정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체계적인 이력관리 자체가 불가능했던 업무가 기부단체 관계자, 담당 공무원이 접속하는 관리자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등록·관리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최근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등 각종 논란에 중심에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시민단체 책임 여전히 불분명…의무강화 법안 발의·기부 완화대책 재검토

그러나 기부금통합관리시스템으로도 투명한 기부문화를 보장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스템에 단체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법적 책임이 여전히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부자의 알 권리를 강화한 법령은 해마다 후퇴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8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시민단체 새희망씨앗의 기부금 유용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정부는 기부 투명성과 기부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에 착수한 뒤 같은 해 12월 처음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기부자들이 자신의 기부금품을 받은 모집자에게 더 자세한 사용명세 공개를 요청할 때 모집자가 의무적으로 7일 이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나서도 시민단체의 반발로 법령 개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영세한 시민단체의 경우 회계 절차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정부는 이같은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7일 이내’를 ‘14일 이내’로 완화했지만 이마저도 반발이 심해 개정하지 못했다. 이에 내주 행안부는 ‘기부자 요청 시 정보 의무공개’ 부분을 ‘기부자는 모집자에게 기부금품 모집·사용 관련 장부 등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로 완화해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는 시행령 위반으로 법률상의 벌칙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법제처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에서는 기부 단체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안병길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부가 구축하는 통합시스템에 기부단체가 정보 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운천 미통당 의원도 기부 단체의 사용 내역 공개 요건에 모집을 마친 경우 뿐 아니라 사용 목적이 지정된 기부금이 다른 목적에 사용된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기부자가 요청하는 경우 등을 포함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부 단체의 모집 등록 기준을 완화하는 등 법 개정 추진 사항은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2018년 범정부적으로 추진된 기부 문화 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1000만원이상 모집할 시 등록해야 하는 기준을 2000만원으로 올리고 모집 완료보고서도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고 당초 기부금 모집을 완화함으로써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했던 대책은 이해관계 복잡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규제 완화와 강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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