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지진에서 함께 살아남으려면

  • 등록 2017-11-17 오전 6:00:00

    수정 2017-11-17 오전 6:00:00

지진보다 먼저 전해진 것은 휴대전화의 긴급 경보음이었다. 갑자기 “삐익~” 소리가 울리면서 “경북 포항시 북쪽 6㎞ 지점 규모 5.5 지진 발생”이라는 재난문자가 화면에 떴다. 그리고 곧바로 건물의 진동이 전해졌다. 사무실 바닥이 떨리면서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땅거죽이 흔들리고 있음을 그때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피부의 미세신경이 온통 쭈뼛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전율’이라는 표현 그대로다.

피해도 작지 않았다. 나름대로 견고하리라던 대형건물의 시멘트 벽과 주차장 기둥이 내려앉았고 주택 지붕이 파손됐다. 상수도와 교량 피해도 접수됐다. 집을 뛰쳐나와 대피소에 피신해 밤잠을 설친 이재민이 1500여명에, 부상을 입은 사람도 경상일망정 60여명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대입 수능시험이 하루를 앞두고 전격 미뤄졌다는 자체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더욱이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터다.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한반도 최대로 꼽히는 규모 5.8의 강진이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포항에서 다시 강진이 일어남으로써 ‘지진 도미노’의 공포가 현실로 닥쳐온 셈이다. 피해에 있어서는 이번 지진이 더 위협적인 데다 여진도 벌써 40여 차례나 이어졌다. 언제, 어디서 또 리히터 바늘을 요동치게 만드는 지진이 일어날 것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공포심을 부추긴다.

지진의 공포는 북한으로부터도 전해지고 있다. 핵실험이 실시된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지진 현상이 연이어 감지됐고 핵실험장 갱도가 붕괴됐다는 관측 내용도 들려온 마당이다. 이로 인한 방사능의 대기 유출뿐만 아니라 자칫 백두산 지층의 마그마를 흔들어 화산 폭발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를 던져주는 상황이다. 백두산의 중국지역 지진관측소에 파견됐던 우리 연구진이 최근 안전을 이유로 철수했다는 점에서도 위험성이 감지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진으로 인한 참혹상은 세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려 30만명의 희생자를 초래한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의 악몽이 아직 생생한 가운데 칠레, 터키, 파키스탄, 이탈리아 등에서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바로 며칠 전에는 중동의 이란·이라크 국경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 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지진이 두려운 것은 무차별적인 피해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땅바닥이 갈라지면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해안가에는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게 된다. 도심의 고층·밀집지역일수록 피해는 커지기 마련이다. 건물의 내진설계가 이뤄졌다면 피해를 약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지구에 있어 흙과 바위로 이뤄진 지표층이 얇기 때문에 한 번 연쇄충격을 받게 되면 어느 지점에선가는 계란껍질처럼 깨지게 되고, 이런 현상이 지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재난영화에서 등장하는 대규모 지진이 닥쳐올 경우 과연 우리 사회가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답변은 비관적이다. 서로 힘을 합쳐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할지 몰라도 그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확연히 갈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이념과 지역, 빈부로 갈라진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러하다. 상식과 원칙은 무시되고 피켓과 댓글을 앞세운 군중심리가 강조돼서는 해결책 모색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정치 지도층의 리더십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재난을 맞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국민을 제대로 이끌어가려면 지도층이 먼저 신뢰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의 여건은 거리가 멀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당리당략에 치우친 지도자들을 누가 용납하겠는가. 위장전입은 보통이고 병역 회피와 탈세까지 저지른 사람들로는 위기 수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각자의 생존배낭보다는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더 절실한 시대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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