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에 '헤이리 논밭예술학교' 통째 들이시겠습니까

17일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서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위치 '건축물' 출품
'농사가 예술' 모토…현대미술가7인 합작
57년만에 미국서 돌아온 박수근 '노상' 외
이우환컬렉션·김환기희귀작…120억어치
  • 등록 2020-06-15 오전 12:15:00

    수정 2020-06-18 오전 10:26:57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리잡은 ‘논밭예술학교’(2010)의 내부 전경. 17일 여는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30억∼40억원에 출품됐다. 현대미술작가 7인이 의기투합해 지은 합작품인 건축물의 바탕에는 ‘농사는 예술이다’란 신념이 깔렸다. 벽에 큼지막하게 걸어둔 모토가 보인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10년 6월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 예술마을’이라 불러온 그곳에 주변 경관을 빼다박은 건축물 한 동이 들어섰다. 2009년부터 1년여간 뚝딱뚝딱 지어올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완공했다. 문패에 올린 이름은 ‘논밭예술학교’. 학교라 했지만 굳이 학교는 아니었다. 팍팍한 도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공간쯤으로 보는 게 맞을 거다. 예술과 문화, 생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교육현장으로, 또 그 조화를 실현한 작품을 걸고 전시하는 두 개의 갤러리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운영해왔다.

대지면적 1157.40㎡(약 350평), 건축면적 462.80㎡(약 140평), 연면적 793.40㎡(약 240평)의 이 ‘남다른 건축물’이 미술품 경매에 나왔다. 오는 17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여는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작품’으로 출품한 거다. 추정가는 30억∼40억원.

여느 건축물과 달리 이 ‘작품’의 특별한 점으론 ‘작가’가 꼽힌다. 현대미술작가 7인이 의기투합해 디자인을 하고 설계를 했다는 거다. 화가로, 설치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정화(59), 박기원(56), 강운(54), 이미경(54), 이진경(53), 천대광(50), 천재용(43) 등이 그들이다. 경사진 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자연훼손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방을 내고 자투리 공간을 빚었다. 미로 같은 동선을 만드는 경사로, 오래 묵은 돌을 겹겹이 놓은 계단 덕에 유럽풍 양식처럼도 보인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리잡은 ‘논밭예술학교’(2010)의 외부 전경.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경사진 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자연훼손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방을 내고 자투리 공간을 빚었다. 17일 여는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30억∼40억원에 나왔다(사진=서울옥션).


△작가 7명 합작한 건축물…미술품 메이저경매선 두 번째

사실 작가 7인을 움직인 철학이 있다. ‘농사는 예술’이란 것. 이 신념을 탯줄 삼아 작가들은 실제 자신들의 작품을 건축물에 심어냈는데. 시멘트를 그대로 노출한 공간에 거울벽을 덮고, 전체적으로 초록색을 들인 최정화 작가의 ‘밭갤러리’, 자연과 어우러지는 느낌을 내는 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투명한 푸른빛을 가득 들인 박기원 작가의 ‘논갤러리’가 대표적. 두 작가는 국내 무대 외에 베니스비엔날레(2005)에서 활약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다른 작가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방’을 꾸렸다. 구름을 그리는 강운 작가가 벽마다 맞춤형으로 제작한 그림을 건 ‘하늘방’, 이미경 작가가 스파를 위해 디자인한 욕실 ‘소금방’, 이진경 작가가 황토를 쌓고 다듬어낸 온돌식 황토방 ‘풀벌레소리방’이 시선을 끈다. 여기에 폐자재를 재활용해 친환경을 먼저 내세운 ‘장미다방’은 천대광 작가가, 농부마음을 담은 우리 먹거리와 레시피를 소개하고 교육하는 데 활용한 ‘키친 참’은 천재용 작가가 디자인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리잡은 ‘논밭예술학교’(2010)의 외부 전경. 17일 여는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30억∼40억원에 출품됐다. 팍팍한 도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생태문화공간으로 꾸몄다(사진=서울옥션).


미술품을 사고파는 경매에 건축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없진 않았다. 가장 최근으론 지난해 9월 서울옥션 경매에 역시 헤이리에 지은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가 나선 바 있다. 추정가 40억~6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으나 끝내 유찰됐다. 메이저경매 외에 비공개 프라이빗 세일로 건축물을 내놨던 적도 있는데. 하나는 2011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서울 가회동 옛 한국미술관 건물(추정가 300억원)이고, 다른 하나는 2013년 미국 건축가 스티븐 홀이 디자인한 성북동 주택이다. 당시 성북동 주택은 새 주인을 만났으나 가회동 미술관은 최종 유찰됐다.

△미국서 머물던 박수근 ‘노상’ 고국으로

‘논밭예술학교’를 앞세운 이번 경매는 근현대 회화·조각, 조선시대 고미술품 등 총 150점을 내놓는다. 전부 120억여원 규모다.

무엇보다 이우환(84) 작품이 대거 출품해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케이옥션 5월 경매’에서 간송미술관이 출품한 ‘신라시대 보물 불상’에 밀려 빛을 잃었던 ‘이우환 컬렉션’의 2탄이라고 할까. 1970년대 ‘점과 선’으로부터 출발시킨 무한한 우주세계를 ‘타자·관계·대화’ 등의 화두와 연결해낸 회화 7점과 설치작품 1점이다.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1990). 일필휘지처럼 그은 곧은 선에서 삐져나온 곁가지 선들을 바람에 흔들리듯 표현해냈다. 17일 여는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5억 2000만∼7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


마치 일필휘지처럼 그은 곧은 선에서 삐져나온 곁가지 선들을 바람에 흔들리듯 표현해낸 ‘바람과 함께’(With Winds 1990, 추정가 5억 2000만∼7억원), 점진적으로 생성하고 소멸하는 점들에 규칙성을 부여한 ‘점으로부터’(From Point 1980, 추정가 3억 7000만∼6억원), 푸른색 긴 선을 세로획으로 그어내며 “행위의 흔적에 집중했다”는 ‘선으로부터’(From Line 1981, 추정가 별도문의) 등이 당장 눈길을 끈다. 1968년부터 지속해왔다는, 철과 돌만으로 사물의 관계를 끌어낸 설치작품 ‘관계항’(Relatum)도 추정가 6000만∼1억 5000만원에 응찰을 기다린다.

하얀 캔버스에 보랏빛 큰 점 하나를 고요하게 박은 ‘대화’(Dialogue 2015)는 색채감 하나로 압도하는 작품이다. 세계적인 와인회사 샤토 무통 로칠리가 선정한 ‘2013년 빈티지 레이블 아티스트’였던 이우환 작가가 바로 그 레이블에 올렸던 색감을 뽑아낸 건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서서히 침전하는 농담을 끌어안은 이 보랏빛 점 하나로 작품은 1990년대부터 진화해온 ‘조응’ ‘대화’ 연작 중에서도 단연 ‘핵’처럼 도드라진다. 추정가 4억 5000만∼6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우환의 ‘대화’(2005). 하얀 캔버스에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서서히 침전하는 농담을 끌어안은 보랏빛 큰 점 하나를 찍어 완성했다. 17일 여는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4억 5000만∼6억원에 나선다(사진=서울옥션).


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국내에선 볼 수 없던 박수근(1914∼1965)의 수작도 이번 경매에 나선다. 57년 만에 미국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노상’(1963)이다. 바구니를 이고 장사에 나선 아낙들을 특유의 화풍으로 그린 그림은 박수근이 당시 미군기지에서 한 미국인에게 직접 판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인 소장자가 타계한 뒤 그 가족이 보관해오다가 이번 경매에 내놨다. 추정가는 3억 5000만∼7억원.

박수근의 ‘노상’(1963). 미국인 소장가와 그의 가족이 보관하던 작품을 경매에 내놔 57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게 됐다. 박수근이 타계 이태 전에 그린 작품이다. 17일 여는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3억 5000만∼7억원에 출품됐다(사진=서울옥션).


김환기(1913∼1974)의 희귀작 한 점도 시선을 붙든다. 종교색 물씬 풍기는 구상회화 ‘붓다’(1950s)다. 윤곽선이 또렷한 부처의 옆모습 뒤로 연꽃과 둥근 달을 배경으로 건 작품은 2017년 3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해 2억 1000만원에 낙찰됐더랬다. 3년 만에 추정가 2억 5000만∼5억원으로 가격을 올려 다시 시장에 나왔다.

김환기의 ‘붓다’(1950s). 종교색 물씬 풍기는 김환기의 희귀작이다. 2017년 2억 1000만원에 낙찰됐던 작품이 3년 만에 다시 시장에 나왔다. 17일 여는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서 추정가 2억 5000만∼5억원에 새로운 응찰을 기다린다(사진=서울옥션).


고미술품 가운데선 조선시대 청화백자인 ‘백자청화화조문호’(1700s)가 단연 돋보인다. 18세기 백자호 중 40㎝에 달하는 드문 크기에다 굽까지 그려진 유려하고 호방한 그림, 풍만한 어깨와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조형성 등이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추정가는 6억∼9억원이다.

‘백자청화화조문호’(1700s). 18세기 백자호 중 40㎝에 달하는 드문 크기의 조선시대 청화백자다. 17일 여는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6억∼9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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