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IFRS17 도입 앞두고 컨설팅펌 갑질..보험사 분통

4개 대형 회계법인 사실상 '독점'
부르는게 값…시스템 구축에 수백억 소요
금융당국 "시장 가격엔 개입 어려워"
  • 등록 2018-01-11 오전 6:00:00

    수정 2018-01-11 오전 10:22:5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오는 2021년 도입하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적용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인 보험사들이 컨설팅 업체의 ‘담합’ 행위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실상 국내 대형 회계법인 4개사(삼일·안진·한영·삼정)가 독점하는 구조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을 통한 경쟁 취지는 무색하다. 컨설팅 비용은 소위 말하는 ‘부르는게 값’이 된 상황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형 보험사인 A사는 최근 IFRS17 적용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2개 컨소시엄으로부터 입찰 제안을 받았다. 컨설팅사는 4개사이지만 2~3개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문제는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 사이에서 이미 메인-서브 역할을 정해 입찰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A보험사에 대해서는 B컨설팅사와 C컨설팅사가 메인 서브 역할을 하고 D보험사에 대해서는 C컨설팅사와 E컨설팅사가 메인-서브역할을 하는 시나리오대로 입찰이 진행되는 것이다. 입찰을 붙인 보험사가 아닌 입찰에 참여하는 컨설팅사가 ‘갑’으로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이처럼 갑을 관계가 뒤바뀐 이유는 인력 부족이다. 한 회계법인 내에 IFRS17 컨설팅이 가능한 인력이 워낙 적다보니 업체간 컨소시엄과 담합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약 40개에 달하는 국내 생·손보사들은 올 연말까지는 새로운 보험부채평가와 결산·회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최소 2년간은 시범운영을 통해 IFRS17 적용에 오류가 없는지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감이 일시에 몰리는데 인력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보니 회사간 경계는 무의미해진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컨설팅사가 부르는게 값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00원을 받아도 될 가격을 120원을 부르는 상황에서도 보험사들은 항변할 수 없다”며 “우리가 아니면 맡길 곳이 있냐고 말하는데 부르는대로 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IFRS17 시스템 구축을 위해 컨설팅사에 제공하는 비용은 통상 200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들어 A보험사가 500억원가량의 컨설팅비용을 제공하면서 다른 컨설팅사도 이 정도 수준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순번이 밀린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엔 시일에 맞춰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지도 우려된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인력이 부족한 탓에 보완 인력 투입 문제가 발생하게 된 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 국내 시장이 제대로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대안도 없이 밀어붙인 금융당국도 문제”라며 “시장 질서가 혼탁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적인 계약에 개입할 수는 없다”며 “다만 부당한 담함행위 등이 없는지는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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