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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투명성 강화…감사위 역할 확대
지난해 11월 시행한 외감법 개정안은 감사인 선임 권한을 경영진이 아닌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맡겨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기업 자체 감사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감사위 의무 설치 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올해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를 의무화했다. 감사 과정에서 하나 이상의 중요한 취약점이 존재하는 경우 부적정 의견이 표명될 수도 있게 된다. 이에 내부회계관리제도 개념체계, 모범규준 준수 등 사전 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회계감사 전반을 담당하는 감사위의 역할이 커지면서 회계·감사 전문가를 필수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상법에서는 감사위 내 ‘재무 또는 회계 전문가 1인’을 두도록 하고 있다. 꼭 회계 전문가가 아니어도 재무 분야 경력만 가진 감사위원만 선임해도 된다. 하지만 회계 전문가가 없을 경우 관련 이슈 발생 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공동으로 내놓은 ‘감사위원회 모범규준’에서도 회계·감사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해지는 점을 반영해 감사위에 두명 이상의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를 두도록 권고했다. 회계와 재무 전문가를 한 명씩은 배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교수는 “회계, 재무, 법률 분야 각각 한 명과 기업이 속한 산업 전문가 등으로 감사위를 꾸리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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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주주총회는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의 선임 경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인주주들의 주주제안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데다 올해부터는 스튜어드십 도입으로 기관투자가들도 적극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계 개혁 원년인 올해 회계사 출신 전문가들의 중용이 예상되는 이유다.
황인태 중앙대 교수는 “통상 1월 중순이 되면 3월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며 “지난해 회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져서 회계 전문가 수요가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NH농협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30명 중 절반 이상인 16명이 임기가 만료됐거나 사퇴해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현재 국회에는 사외이사의 엄격한 평가를 위한 순차 교체 등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인 상태다. 개정안 시행에 대응해 회계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 위주로 사외이사를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미 일부 금융지주는 회계 전문가 영입에 착수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말 회계 전문가인 한종수 교수의 임기 만료에 따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후임을 물색 중이다. 신한지주도 한국회계학회장 출신 이만우 사외이사의 임기가 3월 만료되고, NH농협금융지주는 아예 회계 전문가가 없는 상태다.
한편 감사위 뿐 아니라 회사 내부감사부서 전문성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삼정KPMG 감사위원회지원센터가 1941개 상장사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부감사부서가 없거나 식별할 수 없는 곳이 42.5%에 달했다. 감사위가 모든 업무를 전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회계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