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 디자인한 한국인

민병윤 마세라티 디자이너…MC20 외장 디자인 참여
"럭셔리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유산 재해석 고민"
"미래차 전환 과도기…정체성 확고한 회사가 살아남을 것"
  • 등록 2022-03-28 오전 6:30:00

    수정 2022-03-28 오전 8:29:41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본능적으로 눈길이 가고 뒤돌아보게 되는 자동차가 있어요. 0.1초라는 짧은 순간에도 감동을 주는 거예요. 그런 차를 만드는 게 목표죠.”

민병윤 마세라티 디자이너가 최근 서울 용산구 마세라티 한남전시장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자신이 외장 디자인에 참여한 MC2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민병윤(38) 마세라티 디자이너는 최근 서울시 용산구 마세라티 한남전시장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민 디자이너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에서 일하는 최초의 한국인 외장(익스테리어) 디자이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 ‘MC20’ 디자인 참여

특히 민 디자이너는 제36회 국제자동차페스티벌 FAI(Festival Automobile International)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슈퍼카’로 선정된 MC20 디자인에 참여한 인물이다. MC20이 주목받는 이유는 마세라티가 브랜드 정체성과 헤리티지(Heritage·문화유산)를 재정립하는 의미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모델이기 때문이다. MC20은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국내에 첫 공개됐다. MC20은 이달부터 한국 인도가 시작돼 국내에서도 자동차 마니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민 디자이너는 MC20의 프런트(앞쪽)와 리어(뒤쪽) 디자인에 참여했다. MC20은 독특한 펜더(바퀴를 덮은 부분) 구조, 버터플라이 도어와 함께 전체적으로 공들여 빚은 듯한 선이 눈에 띈다. 어떻게 보면 상반된다고 할 수 있는 우아함과 스포티함이 동시에 배어난다.

그는 “MC20은 마세라티 스포츠카를 상징하는 모델로 의미가 깊다”며 “오버스타일링, 즉 군더더기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으면서 성능에 최적화된 디자인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부분에선 공격적인 느낌을, 뒷부분에선 기술적인 요소를 부각했는데, 전반적으로는 페라리보다 좀 더 우아한 느낌을 담아내려고 했다”며 “예를 들자면 ‘축구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나서 정장으로 갈아 입고 근사한 저녁 자리에 가는 느낌’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고 재치있게 정리했다.

MC20은 지난해 말 ‘2021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한국인으로서 민 디자이너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들이 문화를 공유하면서 경쟁했는데 경험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었고 결과물이 좋게 나와 더욱 만족스럽다”며 “마세라티에서 굉장히 큰 프로젝트였고 한국에 소개돼 개인적으로 더욱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 디자이너는 2016년부터 마세라티에서 일했다. 그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후 독일 포르츠하임대에서 석사를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 폭스바겐, 닛산 등 여러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서 인턴과 직원 생활을 했다. 민 디자이너는 “해외 경험 없이 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돼 걱정도 컸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여러 나라와 다양한 브랜드를 거치며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적응력이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다”고 털어놨다.

제36회 국제자동차페스티벌 FAI(Festival Automobile International)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슈퍼카’로 선정된 MC20.(사진=마세라티)
“미래차 급변…유산 많은 럭셔리카, 기회 많을 것”

일반 자동차와 럭셔리 자동차는 브랜드의 지향점이 다르다. 그런만큼 디자인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민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그는 “일반 자동차 회사는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최근엔 모빌리티 사업으로 접근해 차량을 공유하거나 단가를 낮추는 등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려 애쓴다”며 “이에 반해 럭셔리 브랜드는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여기는데 고객이 해당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드라이빙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디자인의 주안점을 둔다”고 술회했다.

특히 민 디자이너는 유럽의 경우 레이싱 문화가 대중화돼 있고 사람들이 자동차를 문화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럭셔리카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아름다움에서 차용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특유의 헤리티지를 살리면서 어떻게 하면 현재 혹은 미래와 연결해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민 디자이너가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순간적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힘이다. 즉 메시지 전달력이다. 그는 “어떤 차가 신호등 앞에 서 있을 때 행인들이 이 차를 두 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들면 성공한 것”고 했다. 또 “대중이 어떤 차를 보고 ‘예쁘다’고 느끼면 자동차 디자이너는 그 차가 왜 예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제36회 국제자동차페스티벌 FAI(Festival Automobile International)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로 선정된 MC20.(사진=마세라티)
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전동화 바람이 거세다. 내연기관의 ‘운전하는 맛’을 중시하던 럭셔리 브랜드도 속속 친환경차를 내놓고 있는 추세다. 마세라티 역시 전기차 라인업의 이름을 이탈리아어로 번개를 뜻하는 ‘폴고레’(Folgore)로 정하고 2030년 100% 전동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변화는 자동차 디자인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민 디자이너는 전망했다. 그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입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지금은 자동차가 소유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는 과도기인데, 이 시기가 지나면 전기차, 자율주행차에도 지금보다 좀 더 색깔 있는 디자인이 입혀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변화의 시기인만큼 기회도 많을 것으로 본다. 특히 정체성이 확실한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며 “요즘 우리(마세라티 디자이너들)도 우리가 꿈꾸는 전기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 디자이너는 자동차 디자이너의 삶이 멋있지만은 않다면서도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디자인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타 부서와 소통하는 능력,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한 설득력, 자신감 등 여러 능력이 필요하다”며 “해외 각국에서 능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모여드는 이 시장에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다 보니 일이라기보다는 취미처럼 느끼기도 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차를 좋아하니까 퇴근한 이후에도 다음날 빨리 보고 싶고 한 번 더 만지고 싶고 어떻게 보면 연애하는 느낌”이라며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해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고 향후 프로젝트에도 그렇게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병윤 마세라티 디자이너가 최근 서울 용산구 마세라티 한남전시장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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