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려 없는 정부 발표에…국산 슬라임 ‘눈물’

국표원, 작년 말 슬라임 76개 제품 리콜 명령
문제 제품 대부분 저질 중국산…국산까지 '유해' 낙인 찍혀 피해 속출
전국 슬라임 카페 900여곳, 정부 발표 후 폐업 위기
  • 등록 2019-01-22 오전 5:30:00

    수정 2019-01-22 오전 5:3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정부에서 유해성분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은 맞다. 다만 발표할 때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정도는 명확히 구분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경북 포항에서 슬라임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격양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씨의 분노는 지난해 12월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에서 발표한 ‘액체괴물’로 불리는 슬라임 제품 리콜 보도 때문이다. 당시 국표원은 190개의 슬라임 제품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76개 제품에서 CMIT와 MIT 등 유독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CMIT와 M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였던 화학물질로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한다. 이런 탓에 국표원 발표 이후 슬라임 카페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씨는 국표원의 조사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 그는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배려 부족을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 대부분은 저질 중국산이다. 국내 슬라임 카페는 안전한 국산 제품만 사용하는 데 이번 발표로 도매급으로 묶여 폐업 위기에 몰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국표원의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문제가 된 슬라임 제품 76개 중 74개가 중국산이다. 국산으로 밝혀진 제품은 1개이고 나머지 1개는 제조국을 파악하지 못했다. 국표원이 단순히 ‘슬라임에 유행성분이 있어 리콜을 명령한다’고만 밝혀 애꿎은 국산 슬라임까지 위험한 제품으로 낙인찍힌 셈이다.

전국 슬라임 카페는 900여개로 추산된다. 이씨에 따르면 국내 슬라임 카페는 최소 7000만원 이상을 들여 창업하고, 제품은 국내 아모스 풀을 기본으로 천연 및 식용색소와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획득한 부자재를 사용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저질 중국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게 국산 슬라임 업체들의 항변이다. 그럼에도 국표원의 세심하지 못한 발표로 900여개의 업체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피해를 입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국민 경제의 근간”이라며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들을 위한 대책에는 정책적,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의 말 한마디에 휘청 일 수 있는 자영업자를 위한 배려도 포함되었어야 마땅하다. 배려는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열 명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정부의 배려 부족이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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