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북한학과’ 없앤 대학들 뒤늦은 후회

명지대 등 보수정부 10년간 잇따라 북한학과 폐과
남북관계 극적 개선으로 북학전공자 수요 급증 전망
대학 학과 구조조정 장기적 안목 필요 지적도
  • 등록 2018-05-07 오전 9:00:00

    수정 2018-05-07 오후 1:24:31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7일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 사진 31장을 29일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했다면 빛을 발할 텐데 아쉽네요.”

지난 2010년 북한학과를 정치외교학과로 통폐합한 명지대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북한학과 졸업생들 취업률이 낮지 않았는데 정치외교학과와 합쳐지면서 교수 중 북한학 전공자는 1명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관련 교과목도 운영하지 않는 등 사실상 북학학과의 명맥이 끊어졌다”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종전·평화협정 합의가 있은 뒤 북한학과를 폐지한 대학들 사이에서 후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북한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북한학과’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은 동국대가 유일하다. 동국대마저 학내 구조조정 탓에 입학정원은 15명까지 줄었다. 2007년 입학정원을 40명에서 20명으로 줄인 뒤 2013년 추가로 5명을 감축했다,

다른 대학들은 최근 10년새 잇따라 ‘북한학과’ 간판을 내렸다. 고려대는 지난해 북한학과를 사회학과와 통합한 뒤 ‘통일외교안보전공’으로 개편했다. 독립된 학과에서 학부(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에 소속된 전공으로 위상이 축소됐다.

대학가에 북한학과가 확산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다. 탈냉전 분위기 속에서 통일시대를 대비한다는 취지였다. 1994년 동국대를 시작으로 명지대(1995년)·관동대(1996년)·고려대(1997년)·조선대·선문대(1998년) 등에서 북한학과를 신설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줄줄이 폐과하거나 통폐합했다. 선문대는 2008년 북한학과를 ‘동북아학과’로 개편한 뒤 2015년 이를 다시 ‘글로벌한국학과’로 통폐합했다. 명지대는 북한학과를 2010년 정치외교학과와 통합했다. 조선대는 북한학과 개설 1년 만에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는 “만약 졸업생들의 취업이 잘 됐다면 북한학과를 독립 학과로 유지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잘 풀리고 학생들이 지원을 많이 하면 북한학과가 다시 독립할 수 있고 입학정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남북교류가 확대될 경우 민·관에서는 북한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학과에서는 북한의 언어생활부터 북한경제·북한정치·남북경협 등을 포괄적으로 배운다. 졸업 후 주요 진출 분야는 북한·통일 연구기관이나 기업의 대북관련 사업이다.

남북경협이 확대되면 정부부처는 물론 산하 단체에서도 북한전문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철도연결사업 등 대북사업이 확대되면 기업에서도 관련 인재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남 교수는 “북한 전문가가 있어야 대북관련 사업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같은 민족이지만 70년간 분단된 역사를 보내왔기에 체제·이념·문화 등이 모두 다르다. 앞으로 북한 전문가 양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학과 폐과 논란을 계기로 대학 학과 구조조정에서는 좀 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국대가 북한학과 입학정원을 절반 넘게 줄인 배경도 당시 학생 취업률·충원율 등을 중시한 교육부의 대학정책 탓이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가에서 북한학과가 사라진 것은 정치적 시류와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며 “남북교류 확대와 통일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관련 학과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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