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켑카에게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1년 전이다. 2017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 에린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예상을 깨고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켑카는 이듬해 US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했고, 2개월 뒤 PGA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3번째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켑카는 이때까지 PGA 투어에서 통산 4승밖에 없었지만, 그 중 3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올렸다.
2017년 US오픈이 끝나기 전까지 그는 톱랭커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평범한 선수였다. US오픈 우승 이전 세계랭킹 22위였으나 크게 주목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US오픈 우승 당시만 해도 반응은 시큰둥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켑카가 누구지’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후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해 켑카에 대한 관심도 식었다. 2018년 US오픈 뒤 켑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켑카는 29년 만에 US오픈 2연패에 성공했다. 그 뒤 켑카에센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PGA 챔피언십에서 3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켑카는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CJ컵 우승으로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스테이트 파크 블랙코스(파70)에서 끝난 PGA 챔피언십의 우승은 ‘켑카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는 이 대회에서 나흘 동안 합계 8언더파 272타를 쳐 더스틴 존슨(미국·6언더파 274타)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 4번째 우승이자 PGA 챔피언십 2연패에 성공했다.
켑카는 첫날부터 이런 예상을 비웃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골라내는 ‘초능력’ 같은 경기를 펼쳤다. 그의 놀라운 경기력은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 2,3라운드에서 연일 불꽃타를 휘두르며 12언더파까지 타수를 줄였다. PGA 챔피언십 36홀 최소타 기록까지 다시 썼고, 2위에 무려 7타 차 앞서 있어 36년 만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까지 예고했다.
켑카는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우승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예상 밖으로 고전했다. 그러나 우승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는 156명 중 단 6명에 불과했다. 켑카는 그중에서도 가장 위력적이었다. 마지막 날에만 6개의 보기를 적어내 나흘 동안 총 11개 보기를 쏟아냈지만, 버디를 19개나 잡아내 난코스라는 베스페이지의 블랙코스를 유린했다.
다음 메이저 대회는 6월 13일 개막하는 US오픈이다. 올해 대회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 링크스에서 열린다. 켑카가 우승하면 US오픈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켑카는 골프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더욱 확실하게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