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주에 내려앉은 368色 가을, 오름에 오르다

가을 끝자락에 만난 제주의 오름
우도와 성산일출봉 내려보이는 '지미오름'
북쪽~서쪽 해안까지 조망 일품인 '다랑쉬오름'
능선마다 억새 일렁이는 '용눈이오름'
억새 물결치는 장관 펼쳐지는 '새별오름'
  • 등록 2019-11-15 오전 5:00:00

    수정 2019-11-15 오전 5:00:00

지미오름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우도(왼쪽)와 성산일출봉


[제주=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 끝자락. 정확히는 겨울 초입. 기온은 나날이 떨어지고, 산과 들은 하루가 다르게 단풍으로 물들다 지기 시작했다. 이 가을의 끝을 조금이라도 붙들고 싶어 제주도로 향했다. 육지는 이미 겨울로 들어섰지만, 제주는 가을이 아직 한창이다. 사실 제주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도 이 맘때다. 이유는 이렇다. 제주의 가을은 한 해 중 가장 바람이 적다. 습도도 낮고, 비도 거의 오지 않는다. 여기에 관광객도 줄어드는 시기라 어딜 가나 한적한 편이다. 11월의 제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오름’ 탐방이다. 11월의 오름은 초록에서 갈색으로 변모해 가는 시기. 오름이 그려내는 부드러운 곡선은 더욱 또렷해지고, 능선마다 솜털 보송한 억새들이 볕을 받아 환하게 반짝이며 물결친다.

지미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2


◇ 최고의 전망 가진 ‘지미·다랑쉬 오름’

제주 오름은 약 368개에 달한다. 크고 높은 오름 몇 곳을 빼놓고는 대부분 1시간 남짓이면 오르는 데 충분하다. 불과 10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자그마한 오름도 도처에 있다. 오름이라도 제각기 느낌은 다르다. 허리 아래쪽에 우람한 삼나무 숲을 거느리고 있는가 하면, 너른 초지의 능선으로만 이뤄진 것도 있다. 분화구의 흔적이 깎아지른 벼랑처럼 파인 것도 있고,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막 떠낸 듯한 부드러운 곡면을 그리는 것도 있다.

오름에 올라서 보는 경관도 저마다 다르다. 해안가에 바짝 붙어 바닥이 훤히 비치는 제주의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오름이 있고, 드넓은 목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오름 중에서 최고의 전망을 가진 오름은 ‘지미오름’이다. 제주의 오름은 대부분 내륙 쪽에 있지만, 해안에 바짝 붙어 솟아오른 것들도 드물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오름이 바로 서쪽의 송악산이라 불리는 ‘솔오름’이다. 하지만 송악산보다 더 뛰어난 경치를 품고 있는 곳이 구좌읍 종달리의 ‘지미오름’이다. 지미오름은 소나무와 활엽수가 섞여 자라고 있다. 제법 가파른 비탈을 따라 쉬엄쉬엄 30분쯤 오르면 오름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 서면 제주의 대표적인 명소인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로는 수시로 우도행 여객선이 오가는 두문포 마을이다. 마을 뒤쪽으로는 돌담을 두르고 있는 초록의 밭이 마치 잘 기운 조각보처럼 드넓게 펼쳐져 있다.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바라보는 최고의 전망대다. 오름 능선에서 오래도록 바다를 굽어보며 우도와 성산포를 오가는 여객선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필시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 모를 것이 틀림없다.

지미오름에서 바라본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와 하도리의 풍경. 바다와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마치 동화 속 세상 같다.


다랑쉬오름은 이 일대 오름 중 제법 높다. 정상 조망이 좋다는 이야기다. 정상에선 제주 북쪽 해안에서 서남쪽 해안까지 다 볼 수 있다. 특히 성산 일출봉 방향 풍경이 예쁘다. 이 방향으로 아끈다랑쉬오름과 성산일출봉이 일직선상에 놓인다. 아끈다랑쉬오름은 부드러운 곡선을 가졌다. 그 너머 각진 형태의 성산 일출봉이 풍기는 분위기와 조화가 인상적이다. 요즘에는 해 뜰 무렵 풍경이 멋지다. 아끈다랑쉬오름 분화구 가장자리가 다른 부분보다 볕이 먼저 든다. 이러니 해 뜰 때 분화구 가장자리만 반짝반짝 빛난다. 이 자리에 거대한 황금 띠가 만들어진다. 사진 촬영 좋아하는 이들이 이 황금 띠를 찍으러 많이 온다. 뒤로 보이는 일출봉의 실루엣도 운치가 있다.

능선이 아름다운 용눈이 오름 사면으로 억새가 피어나 은빛물결을 이루고 있다.


◇ 가을색 가득한 ‘용눈이·새별오름’

해질무렵 새별오름 정상에 핀 억새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금백조로 주변의 오름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오름은 ‘용눈이 오름’이다. 작은 알오름 두개와 분화구 세 개를 가지고 있다. 용눈이오름의 매력은 ‘관능적인 곡선’이다. 세 봉우리가 높고 낮아지면서 곡선을 만들어 낸다. 능선의 사면마다 피어난 억새와 수크령도 햇볕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아름다움에 가세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오름의 능선은 누런빛으로 변해가는데, 이른 아침햇살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금분가루를 칠한 듯 눈부신 황금빛으로 빛난다. 용눈이오름에 오르면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손지오름, 동거믄오름 등이 펼쳐지고, 멀리 일출봉의 모습도 뚜렷하다.

용눈이오름과 함께 인근의 백약이오름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나는 약초가 백 가지가 넘는다고 해서 ‘백약’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오름의 능선으로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병풀, 제주 피막이풀, 엉겅퀴 등이 뒤섞여 자라고, 초지에는 형형색색의 가을꽃들도 만발했다. 오름길을 따라가는 내내 혹시라도 꽃을 밟을까 싶어 줄곧 발밑을 보게 될 정도다. 오름 능선을 딛고서 제법 규모가 큰 분화구를 따라 이어진 능선을 한 바퀴 돌면 오름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인 금백조로와 함께 제주 동부 일대의 오름군을 샅샅이 살필 수 있다.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새별오름은 늦가을이면 전체가 억새로 뒤덮이는 곳이다. 솜털 같은 억새꽃이 피어나 억새가 물결치는 장관이 펼쳐진다. 초저녁에 뜨는 샛별 같다고 해 이름 붙었다. 새별은 ‘샛별’, 금성을 뜻한다. 이른 아침 이 오름을 찾으면 금성의 빛을 만난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새별오름을 찾아가다 보면 허허벌판에 외롭게 서있다. 가는 길은 조금 쓸쓸하지만 일단 오름에 올라서면 보드라운 억새들이 반겨준다. 오르는 길은 두 곳으로 갈라지는데 모두 원점회귀 코스로 어디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새별오름을 마주하고 왼쪽으로 난 길은 오르막이 제법 가파른 편이다. 스틱이 있다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다만,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15~20분 정도만 오르막을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속이 탁 트이는 풍광에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한라산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푸른 바다 건너 비양도가 한 손에 잡힐 듯하다. 저지오름과 달리 굼부리가 없어 정상의 능선을 따라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흐드러진 억새를 따라 펼쳐지는 그림 같은 경치에 한 박자 쉬어 가보자. 억새꽃 춤추는 가을 새별오름은 정상에 올라 다시 원점회귀 하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새별오름 능선에 피어난 억새군락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탐방객


◇여행메모

△먹을곳= 방어가 제철이다. 방어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지방이 많아져서 고소한 풍미가 살아나고, 식감은 쫀득해진다. 고운 핑크색이 나는 속살을 두툼하게 썰어 입 안 가득 즐겨야 제주다운 방식이다. 김이나 묵은지와도 잘 어울리고, 그저 회만 즐기고자 한다면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다. 모슬포에서는 21일부터 24일까지 ‘제19회 최남단방어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방어어장이 일찍 형성돼 싸고 맛있는 방어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달항 부근의 산도롱맨도롱은 홍갈비국수와 백갈비국수가, 조천읍 함덕의 창흥식당은 ‘제주’스러운 정식밥상이 유명하다.

해질무렵 용눈이오름의 억새가 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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