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서울 나름..아랫동네 집값 끓는데 윗동네는 잠잠

뛰는 서울 아파트값 들여다보니
재건축 몰린 강남4구 17% 껑충
똘똘한 한채 몰린 곳 상승 이끌어
성북·은평, 평균 상승률 절반 안돼
느린 개발 속도로 상승장서 소외
  • 등록 2018-01-03 오전 5:30:00

    수정 2018-01-03 오전 8:17:36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1.44% 올랐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가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규제의 타깃이 됐지만 되레 집값은 전년도 집값 상승률(7.57%)을 훌쩍 웃돌았다. 다만 서울 모든 지역이 ‘대세 상승장’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강남이나 강북 주요 도심권에 비해 낡은 주택이 많고 교통망 및 생활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부 지역은 집값 상승의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강남 등과 동일하게 강화된 대출·세제·청약 규제 등을 적용받게 됐다. 서울 변두리 지역 주민들은 “아파트값 상승이 더뎌 집을 팔아도 이사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대출마저 꽉 막히게 됐다”고 푸념하고 있다.

◇집값 과열? “강남4구 그들만의 리그”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송파구(20.1%)다. 이어 △강동구(17.9%) △강남구(14.5%) △성동구(13.8%) △서초구(12.8%) △광진구(11.9%) △동작구(11.1%) △용산구(10.4%) 등이 두자릿수대 오름세를 보이며 서울 평균 집값을 끌어올렸다. 주로 광역 교통망 개발, 대규모 상업업무지구 조성 등 매머드급 호재가 많은 지역으로 매기가 몰리며 아파트값이 크게 뛰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구 수의 5%에 불과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추진 단지(약 7만6000가구)가 전체 집값 상승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었다.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을 넘긴 아파트 단지가 1만8000가구에 이르는 송파구의 경우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아파트,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등이 최근까지도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서울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1.36%)을 훌쩍 뛰어넘는 2%대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규모 개발 호재나 재건축 이슈가 부각되지 않는 강북 일부 지역은 집값 상승이 주춤했다. 지난해 성북구(3.55%)를 비롯해 금천(3.99%)·은평(4.21%)·중랑(4.72%)·강북구(4.78%) 등은 서울 평균 집값 상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조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개발 지연→교통·생활 인프라 부족→매수자 실종→가격 보합’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택시장 상승장에 동참하지 못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주택시장 규제 압박으로 ‘똘똘한 한 채’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서울 주택시장 전반에 소위 ‘되는 곳만 된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며 “강남과 비강남권 변두리 지역 집값이 따로 노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변두리 공략, 싼값에 내집 마련하는 방법”

집값이 낮을수록 상승률도 미미했다.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싼 동네 중 하나로 꼽히는 금천구 시흥동. 지난해 이 동네 평당(3.3㎡) 아파트값은 1145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9% 오르는데 그쳤다. 시흥동 집값 수준은 서울 평균 아파트값(3.3㎡당 2151만원)보다 1000만원 가량 싸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광명(1478만원)·안양(1372만원)·구리(1263만원)·의왕시(1237만원)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달 현재 시흥동 ‘벽산5단지’ 아파트 전용 99㎡형은 시세가 3억5000만~3억7000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꿈쩍도 않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지하철역이 없는데다 주변에 낡은 주택도 꽤 있어 직장이 가까운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며 “워낙 아파트값이 낮고 가격 변동도 없어 집을 팔고 인근 지역으로 나가려는 집주인들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이후 아파트값이 떨어진 곳도 있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힐스테이트3차’ 아파트 전용 59㎡형은 매매 시세가 4억7000만원 정도로 1년 전에 비해 500만~1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지하철 6호선 독바위역이 가까운 초역세권인데다 초등학교도 바로 붙어있는데도 주변 개발이 더딘 탓인지 시세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발 여력이 남아있고 비교적 입지가 좋은 낙후 지역을 선점해 매수하는 것도 싼 값에 내집 마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4억5100만원)으로 서울 변두리 지역의 20~30평대 집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아직 교통망이나 주변 인프라 개선 기대감이 있는 서울 변두리 지역은 집값 상승이 더디긴 하지만 결국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라며 “당장 자금력이 없어 강남이나 도심권 접근이 어렵다면 입지나 가격 등을 따져 저평가 지역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아파트 전경. 은평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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