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美총기참사, 규제여론 다시 불붙나

LA인근 바에서 총격범 포함 13명 사망 '참극'
전직 해병대원, 개조한 '확장 탄창' 사용
NRA 등 반대 목소리에 총기규제 '제자리걸음'
트럼프 "희생자·유족에 신의 가호가" 트윗
  • 등록 2018-11-09 오전 4:31:05

    수정 2018-11-09 오전 4:31:05

사진=AP연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에서 또다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다. 7일(현지시간) 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벤투라카운티 사우전드 오크스의 ‘보더라인 그릴 & 바’에서 전직 해병대원이 총기를 난사해 총격범을 포함, 모두 13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2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벌어진 참사 이후 불과 열흘여만이다. 지난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고교 총기참사 이후 미 전역으로 퍼졌던 이른바 ‘미 넥스트((Me Next·다음은 내 차례’) 등 총기규제 여론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의 총격범인 데이비드 롱은 글록 21 권총에 ‘확장 탄창’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탄환 10발 정도를 발사한 후 갈아 끼워야 하는 일반 탄창이 아닌 20발 이상을 연달아 발사하는 개조 부품을 사용한 것이다. 실제 목격자들은 총성이 30발가량 들렸다고 전했다. 연방의회와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범프스탁 등 총기 개조부품과 대량살상용 총기류를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총기 소지 권리를 보장한 미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총기 규제에 맞서는 목소리도 만만찮은 상황이어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플로리다 고교 총기참사가 발생한 이후 미 전역에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시위와 행진이 잇따랐다. 당시 워싱턴D.C.를 비롯해 미 전역에서 펼쳐진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에는 수백만명이 참여, 베트남전 반전시위 이후 최대 인파로 기록됐다. 그럼에도, 현재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몇몇 주에서 총기 구매 제한 연령을 제한하는 법령을 통과시킨 게 전부다. 여론의 뭇매에 못 이겨 월마트·스포팅딕스 등 주요 총기 판매점이 공격용 무기 판매금지와 함께 총기류 구매연령 상한선을 18세에서 21세로 높였지만, 전미총기협회(NRA)가 이에 대항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판결에 따라 연령 상한선이 다시 낮춰질 수 있다.

미 정부나 의회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건 아니다. 각종 총기 규제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상정했지만, 매번 허무하게 무산됐다. NRA의 무차별적 로비 때문이다. NRA는 천문학적 자금력으로 미 중앙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플로리다 고교 참사 이후 강력한 규제강화에 나서는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RA 인사들과의 회동 이후 침묵을 지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 총기 옹호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끔찍한 총격에 관해 충분히 보고받았다. 경찰이 보여준 위대한 용기에 감사드린다. 모든 희생자와 유족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만 했다.

미 재무부의 자료를 보면 3억2000만명의 미국인 거주자가 소유한 총기는 약 3억5700만 자루다. 1인당 1자루꼴을 넘어선다. 이 자료는 2013년 기준인 만큼 지금은 4억자루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집 걸러 한 집꼴로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총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인원은 30만2000여명이다. 10년에 한 번씩 한국의 ‘세종시급’ 도시의 인구 전체가 총기사고로 사라지는 셈이다. 이번 참사로 또다시 총기규제 여론이 도마에 오를 공산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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