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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 남자. 아니 차라리 ‘세 사내’란 말이 어울릴 거다. 그을릴 대로 그을린 붉은 피부에 깊게 팬 주름, 다듬지 않은 머리와 수염, 굳은살이 차고 오른 굵은 손마디까지. 질기고 거친 인생이 보이지 않나. 세월의 고락을 다 겪고 바닥을 친 듯한 표정들은 또 어떤가.
원로작가 이상원(84). 그 자신이 그랬을 거다. 청년 시절 그저 살자고 가진 재주로 영화간판 일을 했고 상업초상화를 그렸다. 그런데 그 ‘가진 재주’가 비상했다. 30대 중반, 단지된 안중근 의사 영정초상화까지 그리게 됐다니.
그를 먼저 알아본 건 해외미술관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중국·유럽 등에서 초청이 쇄도한 것. 뒤늦게 한국언론은 ‘입지전적 독학 화가’로 그를 소개했다.
29일까지 강원 춘천시 사북면 이상원미술관서 여는 ‘이상원 인물화’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먹·유화물감. 163×126㎝. 이상원미술관 소장·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