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를 신경 쓰기에도 바쁜 일 년이었거늘, 앞으로는 신경 써야 할 나라가 더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미국이 무역분쟁의 전선을 중국 이외의 국가로까지 넓힐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실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1년 넘게 압박을 가했음에도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직전 년도 대비 12%나 늘었고, 연간 무역적자는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중국에 칼을 휘두르는 데 만족하지 않고 다음 표적을 노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죠.
다음 타겟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곳은 유로존입니다. 당장 미국과 독일 간의 균열이 눈에 띕니다. 미국은 동맹국을 상대로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것인데, 시장은 미국이 화웨이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불만을 느껴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은 미·중 무역분쟁의 타결을 어렵게 하는 핵심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화웨이를 독일은 국가 5G 인프라에 포함시키겠다고 하고 있는 거죠. 미국과 독일이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는 당분간 약세장에서 횡보세를 보이리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기업 이익 전망치의 하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 역시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2200선을 터치하는 등 모처럼 상승세를 탔던 코스피지수는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엄습해, 25일 전거래일대비 1.92% 하락한 2144.86에 마감했습니다. 물론 다음 날에는 반등했지만 0.18% 찔끔 회복하는데 그쳤습니다. 코스피 지수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심상찮은 모양새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당분간 소나기를 피할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장맛비가 될지 소나기로 그칠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