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투자처 집단 베팅…밀려드는 투자금에도 기대수익률 ‘뚝’

[대체투자 자산관리 비상]②
경기침체 속 과당경쟁…자산버블 우려
파리 빌딩 입찰, 韓투자자 총출동
매수가 올리며 투자매력 떨어뜨려
美사모펀드 업계 LBO수익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 근접
“투자지역·대상·전략 다변화 필요"
  • 등록 2019-05-14 오전 5:15:00

    수정 2019-05-22 오후 2:18:20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대체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붐을 이루며 자산배분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대기자금(Dry Powder)에도 불구하고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며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근본적인 요인은 경제성장세의 약화다. 경기상승세가 둔화하고 급기야 올 1분기(1∼3월) 국내 경제상황처럼 아예 마이너스로 치닫게 되면 투자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의 실질가치는 하락하고 투자심리는 크게 꺾일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투자기관들간 과도한 경쟁이다. 대기자금이 물밀듯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한정된 분야에 집단적으로 베팅하게 되면 결국 해당 자산의 버블을 유발하고 전체적인 투자성과도 떨어지게 된다.

◇해외부동산 투자 버블 논란


대표적인 예는 이미 과열국면에 진입한 해외 부동산 투자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부동산시장엔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보고 2010년대 중반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에 눈독을 들여왔다. 최근엔 영국 프랑스 독일의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유럽지역에 투자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성진 미래에셋대우 대체투자본부장은 “경제의 펀더멘탈은 미국이 낫지만 펀딩 코스트와 원화 환율로 계산한 실제 수익률을 감안하면 유럽지역 투자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원화 환산 수익률은 유럽이 플러스 150bp(1.5%포인트), 미국은 마이너스 150bp, 여기에 대출금리의 경우 미국은 연 4%대지만 유럽은 2%대로 절반수준이다.

문제는 최근 2∼3년간 유럽지역에 국내 업체들의 투자가 대거 몰리면서 혼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성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G제로인 분석에 따르면 사모형 해외부동산펀드의 자산규모는 2016년 이후 2년만에 2배(11조7527억→23조973억원) 늘어난 반면 이 기간 평균 수익률은 거의 반토막(8.2%→4.5%)난 상태다.

A운용사 대표는 “핵심지역 입찰에 들어가면 경쟁사 과반수가 한국업체”라며 “국내 업체들끼리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제회의 한 CIO는 “국내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딜에 참여하다보니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물건들을 들여와 이를 판매하는 경향도 있다”며 “현지 업계에서도 어떻게 그런 가격에 투자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박형석 코람코 자산운용대표는 “해외부동산은 청산이 잘 안된다”며 “경기 사이클이 정점에 있는 만큼 실물 소유권을 직접 가져오는 형태보다는 대출에 투자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BO기대수익률,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하락


사모펀드(PE)업계는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수익성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에어리스(ARES)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합병(M&A)시장에서 미국 PE들의 차입매수에 따른 기대수익률(LBO 수익률)은 평균 9.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9.3%)에 근접한 수준이다. LBO수익률은 지난 2015년 15.1%로 정점을 찍은 후 2015∼2017년 11%대로 하락한데 이어 지난해 10%미만으로 떨어졌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싼 이자비용에도 불구하고 PE들이 그만큼 고평가된 기업을 인수(비싼 가격에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선도 에어리스 파트너는 “대기자금이 계속 밀려들면서 과당경쟁으로 치달아 인수기업들이 고평가되고 있다”며 “투자버블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투자전략의 다변화 필요

국내 PE업계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련의 흐름은 미국시장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삼영 롱아일랜드주립대 교수는 “인수 대상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국내 사모펀드 대부분이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동 군인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신용프리미엄 상승으로 인수금융 과정에서 이자부담이 커진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기대수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투자환경 변화에 따라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CIO는 “대체투자는 장기간 묻어두는 자산이기 때문에 경기사이클에 따른 미세조정이 어렵다”며 “ 경기에 비탄력적이고 안정적인 자산군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경제가 성장할때는 전반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성장이 정체되면 투자 성과에 따라 옥석이 구분된다”며 “자금조달 능력 뿐 아니라 이젠 유망한 물건을 발굴, 관리하는 능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입매수 (LBO·Leveraged Buyout)

자금 대부분을 차입하여 회사를 매수하는 인수합병 방식. PE 등 투자자가 인수대금의 일부를 대고 나머지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이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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