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 박재홍 회장 "발레는 엔터테인먼트…더 대중화돼야"

지난달 8대 회장으로 임기 시작
사단법인화 이후 첫 남성·최연소 회장
발레 계보 정비·협회 재정비 등 노력
"시대 변화 발 맞춰 발레 더욱 알릴 것"
  • 등록 2019-03-26 오전 6:00:00

    수정 2019-03-26 오전 8:50:52

박재홍 한국발레협회장은 어릴 적 손재주가 뛰어나 과학자를 꿈꿨다. 우연한 기회에 발레 전공으로 선화예술학교에 들어가 무용인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발레를 선택한 것은 내 팔자라고 생각한다”며 “한국발레협회장으로서도 발레를 사람들에게 더 알리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발레도 뮤지컬처럼 규모 있는 공연 예술 장르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음악·미술·춤·스토리 등이 어우러진 엔터테인먼트였다. 지금은 발레 시장 규모가 작아서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이 아니면 이런 형태의 공연이 쉽지 않다. 중소규모 발레단의 격차를 줄이는 ‘본드’ 역할을 한국발레협회가 해야 한다.”

박재홍(52) 한국발레협회 회장(한성대 예술학부 교수)은 최근 서울 성북구 한성대학교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협회 재정비와 한국 발레 계보 정리를 통한 발레 대중화에 힘쓸 뜻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취임 한 달여를 맞아 향후 협회 운영방향과 목표를 듣고자 마련했다. 한국발레협회는 1980년 발레무용가 임성남(1929~2002)이 발레 대중화와 국제적 도약을 목적으로 창립한 협회다. 박 회장은 1998년 사단법인 재출범 이후 선출된 첫 남성 회장이자 최연소 회장이다. 박 회장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협회를 재정비하고 조금 더 알리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내게 주어진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여러 가지 네트워크를 이용해 협회를 알리고 키워서 발레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한국발레협회장이 최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한국 발레, 교육은 세계 수준…시장 규모 아직”

발레는 최근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티켓 예매처 인터파크가 발표한 2018년 공연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용·전통예술 공연 연간 판매 순위 10위에 든 공연 중 8편이 발레였다. 학생은 물론 일반인을 위한 발레 강습도 인기다. 무용수들의 실력도 세계 수준으로 성장해 김기민·박세은 등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등 해외 유수 발레단에서 수석 및 1등 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발레 단체들의 상황은 열악하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을 제외한 중소규모의 민간 발레단이 전막 공연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박 회장은 “한국 발레는 교육 시스템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발레 시장의 규모는 아직 작다”며 “우수한 실력을 지닌 발레 인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한국발레협회의 목표를 탄탄한 발레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생활 발레인을 위한 ‘브라보 페스티벌’(4월)을 시작으로 1981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서울발레콩쿠르’(5월), 전 세계 발레 유망주들을 위한 축제 ‘청소년발레페스티벌’(8월) 등을 보다 내실을 강화해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9월 개최하는 ‘K-발레월드’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발레 마니아와 일반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든다는 각오다. 박 회장은 “예술적이고 전문적인 작품부터 어린아이도 즐길 수 있는 가족 공연까지 보다 다양한 작품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한국발레협회장이 최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발레 활성화하려면 어릴 적부터 쉽게 접해야

박 회장은 3년 임기 동안 한국 발레의 계보 정리를 하는데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한국 발레를 이끌어 온 명인의 계보를 정리해 그들을 기리고자 한다”며 “발레를 대중에게 더 알리기 위해서도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회원 확보 등 협회 재정비에도 힘 쏟는다. 박 회장은 “각 지역이나 동네에서 발레 공연을 보거나 발레에 대해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면 좋을 것”이라며 “협회원의 권익을 위한 행동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한국발레협회를 통해 중소규모 단체의 공연을 지원하면서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공연이 가능한 프로덕션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발레가 한국에서 생소했던 80년대부터 무용수로 활동하며 한국 발레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박 회장은 “집안 대대로 자연 계열이라서 그랬는지 세운상가를 기웃거리며 기판과 부품을 사서 라디오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며 “우연하게 발레를 접하게 됐고 예술계에 입문하게 됐고, 흥미를 느끼고 자질이 발견됐는지 발레를 계속해서 하게 됐다”고 웃었다.

박 회장은 1986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한 후 수석무용수까지 오르며 국내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캐나다 로열위니펙발레단에서 객원무용수로 무대에 오르는 기회도 얻었다. 1000여 회 넘게 공연을 펼쳤던 그는 1998년 무릎 부상으로 무용수 활동을 접었고 이후 한성대 무용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의 길을 선택했다.

박 회장은 “무대에서 내려오니 무대에 있을 때는 안 보이던 게 보였다”며 “한국에서 예술이 왜 활성화되지 않는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예술의 입맛에 길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발레협회장으로 발레 대중화에 힘쓰겠다는 것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 있다. 개인적인 꿈은 자신만의 창작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것이다. 박 회장은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작품을 남기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한국발레협회장이 최근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박재홍 한국발레협회장은

△1967년생 △선화예술학교·선화예술고 발레 전공 △건국대 영어영문학 학사·세종대 대학원 무용과 석사·서울대 대학원 체육교육과 박사 △1986년부터 1999년까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와 발레마스터로 활동 △1986년 한국무용협회 신인무용콩쿠르 발레부문 수석상 △1998년 한국발레협회 당쉐르 노브르 상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 운영자문위원 △한국무용과학회 회장 △2005년~ 현재 한성대 예술학부 발레전공 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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