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로 판매된 메자닌 전략 또는 코스닥 벤처 사모펀드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라임 펀드 판매처의 대부분이 PBS 증권사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펀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CB 등 메자닌에 투자한 펀드의 일정 부분은 만기 3년 폐쇄형 펀드이어서 ‘라임발(發) 메자닌 펀드런 현상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러나 개방형 펀드의 경우 일부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서 펀드런 사태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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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사가 발행하는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은 매각이 쉽지 않아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데 라임의 경우 절반 이상이 개방형으로 판매됐다. 이번 환매 중지 결정이 내려진 메자닌 투자펀드 33개, 3997억원 중 개방형 펀드 2191억원 전액(18개 펀드)이 환매가 중지됐다. 라임이 7월부터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자전거래, 좀비기업 투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금융감독원까지 조사에 나서자 펀드런(Fund-run)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다. 환매 요구에 대응하려면 투자한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CB 등으로 투자한 코스닥사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주식을 팔아도 오히려 손실만 커지게 생겼으니 주가가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환매에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라임 헤지펀드의 특징은 부실 CB, 레버리지, 모-자형 구조, 개방형 등 네 가지다. 업계에선 이런 구조는 드물다고 선을 그었다. 한 헤지펀드 대표는 “메자닌은 비유동성 자산이라 보통 만기 3년 폐쇄형으로 설정한다”며 “그런데도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하기 위해 개방형으로 판 것이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라임이 투자한 메자닌 종목의 일부는 너무 부실해 기관투자가들도 외면한 종목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종목을 TRS 계약으로 레버리지까지 일으켜 투자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통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의 모 펀드에 수 백 개의 자 펀드가 파생된 복잡한 구조도 보기 드문 특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 펀드가 인기가 많다 보니 돈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전제 하에 구조를 짠 게 아닌가 싶다. A자펀드에서 환매 요구가 오면 A펀드 자산을 새로 설정된 B자펀드가 사주는 식으로 구조가 짜여진 것 같다”며 “유동성이 풍부하니 환금성이 적은 자산에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유동성이 끊기면서 문제가 생긴 듯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종준 라임 대표는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6개월 이상 (환매가 중지된) 어느 유형이든 펀드를 팔지 못했다”며 “펀드 자금으로 환매 대응을 하다가 (돈이 들어오지 않아) 원금 상환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선 라임과 같은 구조로 투자한 운용사가 한 곳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그 곳을 특정하긴 어려운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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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 개방형 펀드의 경우 펀드 환매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 메자닌 투자가 많았던 운용사의 개방형 펀드 비중은 10~80%까지 편차가 큰 편이다. 펀드 판매 증권사 관계자는 “메자닌 투자 펀드 중 개방형도 적지 않은데 소소하게 환매 요구가 들어오고 환매 대응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며 “라임처럼 레버리지를 일으켜 유동성 없이 자산을 빡빡하게 운용한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로 인해 메자닌 사모펀드 설정은 급격하게 감소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전까진 일주일에 몇 십개가 설정될 정도로 많았으나 최근엔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메자닌 또는 코스닥벤처펀드는 PBS 기준 올 7월까지 월 평균 20개 가까이 설정됐으나 8월 이후부터 한 자릿 수로 감소했다. 설정액도 1100억원 가량에서 340억원 수준으로 3분의 1로 축소됐다.
일각에선 라임 사태의 본질은 유동성 문제이기 때문에 메자닌 등 대체투자 상품과 관련 세컨더리 마켓 등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헤지펀드 대표는 “메자닌을 개방형으로 만들 경우 유동성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긴 하다”면서도 “메자닌 등 대체투자상품의 경우 세컨더리 마켓이 나와야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