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초록 그늘 아래 하늘길 걷다…'하이원 하늘길'

강원도 정선 백암산 능선따라 이어진 길
만항재~화절령~새비재로 이어져
정선을 질러가던 교통이 중심지 '화절령'
화절령 구간의 백미 '도롱이연못'
샘 모양의 '새비재'
하이원리조트, 내년까지 하늘길 운탄고도 6.5km 개발
  • 등록 2015-09-25 오전 6:16:00

    수정 2015-09-25 오전 6:16:00

강원도 정선군의 백운산 능선을 따라 조성한 ‘하이원 하늘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 하이원 하늘길은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석탄을 운반하던 길을 강원랜드가 들어서면서 다시 길을 낸 탐방로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 정선군에 자리한 백운산(1426m) 능선의 운탄고도(運炭高道).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석탄을 운반하던 길이다. 검은 탄가루가 날리는 만큼 광부의 땀도 함께 흘렀던 곳.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그렇게 세월의 흔적만을 간직한 운탄고도에 다시 길이 생겼다. 하늘길이다. ‘하이원 하늘길’이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수십년간 사람손길에서 벗어나 자연의 모습을 되찾은 그 길은 철마다 새로운 빛깔을 품었다. 지친 심신을 달래는 풍경을 담고 걷다 보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1426m능선의 운탄고도…하늘과 맞닿은 길

38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 고한에서 하이원리조트를 지나 만항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시립(侍立)한 길 끝에 단아한 절집 정암사가 산자락을 타고 앉아 있다. 정암사를 지나면 만항재다. 가을 초입엔 여기서부터 하늘길을 걷는 게 좋다. 고갯마루 여기저기 들꽃의 향연이 한창이기 때문. 하늘길은 인근의 강원랜드(지금의 하이원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조성한 탐방로. 리조트는 백운산 뒷자락 능선을 따라 이어진 운탄도로를 탐방로로 만들었다. 길을 만든 하이원리조트는 리조트 내부와 외부에 여러 코스의 탐방로를 냈고 탐방로의 이름을 ‘하이원 하늘길’이라고 지었다.

하늘길은 산책코스와 등산코스로 나뉜다. 10여개의 코스를 갖추고 있다. 부담 없이 자신의 체력에 맞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짧게는 15분짜리 산책코스에서 길게는 3시간 이상 걸린다. 하이원리조트에서 출발한다면 마운틴콘도에서 하늘마중길·도롱이연못·낙엽송길을 거쳐 전망대와 하이원CC에 이르는 ‘9.4㎞ 3시간 코스’와 밸리콘도에서 출발해 무릉도원길, 백운산(마천봉), 산철쭉길, 마운틴탑(고산식물원), 도롱이연못을 거쳐 하늘마중길과 마운틴콘도에 이르는 ‘10.4㎞ 4시간 코스’가 인기다.

만항재(1330m)에서 화절령을 거쳐 새비재(조비치)까지 이어지는 전체 하늘길은 40㎞에 육박한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하루에 이 코스를 모두 걷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화절령 구간까지는 비교적 완만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하이원 하늘길 전망대에서 백운산을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 하이원 하늘길은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석탄을 운반하던 길을 강원랜드가 들어서면서 다시 길을 낸 탐방로다.
◇‘화절령’ ‘새비재’…이름도 재미있어라

길은 화절령과 새비재로 이어진다. 화절령은 예부터 정선으로 질러가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봄철이면 진달래꽃과 철쭉이 만발해 행인이나 나뭇꾼이 꽃을 꺾어가곤 했기 때문에 ‘꽃꺾이재’ ‘화절치’라고 불렀다. 농촌에서 땔나무를 하는 나무꾼들이 이곳에서 꽃꺾기 내기를 했는데 여러 종류의 꽃을 먼저 꺾은 사람이 이기는 게 규칙. 놀이에서 진 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나무 한 단씩을 더 해줬다고 한다.

화절령 구간의 백미는 도롱이연못이다. 직경 100m에 달하는 이 웅덩이는 지하탄광이 무너지며 땅이 꺼지고 지하수가 솟아올라 생겨났다고 한다. 키 큰 낙엽송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탄광사고가 빈번하던 시절, 광부의 아내들은 연못에 올라 도롱뇽의 생사여부를 확인했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도롱뇽을 보면서 남편 또한 무사할 것이라고 믿고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새비재는 산의 형상이 새가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일설에는 한국전쟁 당시 아군 전투기가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골짜기와 능선이 겹겹으로 포개진 모습이 마치 새가 날개를 질러 놓은 것과 같다 해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새비재 고갯마루에는 ‘엽기 소나무’라 불리는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마지막 장면을 찍은 곳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견우(차태현)와 그녀(전지현)가 3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편지와 목걸이를 담은 타임캡슐을 이 소나무 밑에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후 정선군이 소나무 주변을 타임캡슐 공원으로 조성,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는 명소로 만들었다.

하이원리조트는 하늘길 운탄고도(33.7㎞) 중 일부(6.5㎞)를 내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길의 콘셉트는 ‘산촌의 여유로움을 즐겨라’다. 탄광을 모티브로 한 기존 하늘길과 달리 화전민 문화를 담는다. 과거 화전민이 살던 흔적, 숯가마터 등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하이원 하늘길’에서 산악승마를 즐기고 있는 투숙객의 모습. 산악승마는 하이원리조트가 친환경 리조트로 거듭나기 위해 강원랜드가 추진한 프로젝트다.


◇여행메모

△가는길=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 나들목으로 빠져나간다.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방면으로 가다가 정선 강원랜드에서 정암사 지나면 만
항재다.

△잠잘곳=하이원리조트는 강원랜드호텔과 컨벤션호텔을 이용하는 ‘가을 3종 패키지’를 11월까지 판매한다. 조식·석식 뷔페(2인), 피트니스 이용권 등을 포함하며 가격은 14만 9000원부터다. 하이원호텔을 이용하는 레드패키지는 7만 5000원부터다. 하이원콘도 딜럭스객실을 이용하는 ‘하늘 위의 하이원’ 패키지는 9만 5000원부터다. 1588-7789.

△먹을곳=‘밥상머리’(033-591-2030)는 원기를 회복하는 토종 닭요리가 유명하다. 한방토종닭백숙과 토종닭볶음탕이 대표메뉴. 달달한 닭볶음탕은 아이들이, 걸죽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닭백숙은 어른 입맛에 맞는다.

△즐길거리=‘하이원 포레스트 어드벤처’는 해발 1100m의 힐콘도 주변 하늘길과 산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조성한 테마파크다. 나무를 주요 소재로 로프, 와이어 등으로 연결한 놀이시설을 즐기며 숲 속을 탐험하는 체험형 공간이다. 어린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즐길 수 있어 하이원리조트를 찾는 가족이용객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 현재 운영 중인 코스는 키즈, 주니어Ⅰ·Ⅱ, 플라잉팍스 등 4개. 참가자들은 코스별로 10개 정도인 구름다리, 슬라이딩, 브리지, 집와이어 등으로 구성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2시간 정도의 숲 속 탐험을 즐길 수 있다. 현장에는 대한서바이벌스포츠협회의 챌린지 자격을 소지한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참가자는 체험에 앞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코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스트레치 등의 교육을 받는다.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며 10명 이상 단체는 50%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각시취, 투구꽃(위 왼쪽부터), 구절초, 꽃며느리밥풀(아래 왼쪽부터)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