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키코 문제없다”던 금감원 부원장, 키코 분쟁 심의서 제외

  • 등록 2019-04-25 오전 6:00:00

    수정 2019-04-25 오전 8:39:35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과거 국회에서 “키코(KIKO)는 문제가 없는 금융 상품”이라고 증언했던 이상제(사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이 최근 금감원의 키코 분쟁 조정 업무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진보 성향 교수 출신인 윤석헌 금감원장 지시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키코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기업 구제에 착수했는데, 은행 편을 들었던 이 부원장이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10년여 전 발생한 키코 사태 대응에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생각이 달라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키코 심의 분조위서 이상재 부원장 제외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키코 안건을 심의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 열릴 예정인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상제 부원장을 제척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중재하는 금감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는 원래 소비자 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도 직접 선정한다.

그러나 이 부원장이 이끄는 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당사자를 뺀 것이다. 키코 안건을 심의하는 분쟁조정위원회는 정성웅 부원장보(금융 소비자 보호 담당)가 위원장 직무 대행을 맡기로 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법조인, 소비자 단체 임원, 학자, 금융권 근무 경력자 등 조정위원(최대 29명)도 정 부원장보가 대신 임명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이상제 부원장에게 현재 키코와 관련한 업무 보고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부원장이 키코 분쟁 조정에서 제외된 것은 그가 11년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했던 증언 때문이다.

11년전 연구원 시절 “키코 문제없다” 소신 발언

이 부원장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던 2008년 10월 말 국회의 금감원 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당시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키코 사태에 관한 학자로서 개인 견해를 밝혔다.

이 부원장은 김용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키코 상품이 사기인가”라고 묻자 “키코는 공정한 계약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키코는 고객의 기대 이익과 기대 손실이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당시 피해 기업의 주장처럼 키코가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만 유리하게 설계된 ‘불공정 금융 상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부원장은 은행이 금융 지식이 부족한 수출 중소기업에 복잡한 파생 금융 상품인 키코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과다한 계약을 맺도록 꼬드겼다는 피해 기업과 당시 야당, 시민단체 등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키코는 그 시간과 규모가 맞으면 정확하게 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가 되는 것”이라며 기업이 적정 금액의 키코 계약을 맺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부원장은 “미국의 경우 특정 상품을 전화나 서면, 대면으로 설명할 때 각각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자세한 규정이 있다”며 “(한국의) 은행법에는 이런 규정이 없고 은행 감독 시행세칙에도 ‘고지를 해야 한다’, ‘적합하게 해야 한다’ 정도의 내용만 있지 그것을 어겼을 때는 어떤 벌을 주느냐 이런 내용도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필요 이상으로 키코 계약을 맺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은 기업의 책임이 크며, 은행의 상품 판매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더라도 법으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키코 피해기업 ‘구제’ 초점 맞춘 금감원장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설치법 등은 분쟁 조정 사건의 당사자나 대리인, 증언을 한 사람 등을 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에서 제척하도록 하고 있다”고 이 부원장 제척 이유를 설명했다. 특정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위원회에서 제외토록 한 현행 법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평소 “키코는 문제가 많다”는 소신을 가진 윤석헌 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이 피해 기업 구제에 무게를 두는 상황에서 이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분쟁 조정 총괄 업무를 맡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법원의 키코 사건 심리 때 은행과 기업 중 한쪽 편에 서서 변론했던 변호사나 교수 등도 이해 상충 가능성을 고려해 모두 위원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키코(KIKO)

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출 중소기업 등에 집중적으로 판매한 파생 금융 상품.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은행에 외화를 팔아 환율 변동에 따른 매출 감소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이 일정 범위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업이 약정액의 2배를 미리 약속한 환율로 은행에 팔아야 해 큰 손해를 본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달러·원 환율이 치솟아 738개 기업이 3조2247억원(2010년 6월 기준)의 손실을 보았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9월 “키코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윤석헌 금감원장 지시에 따라 작년 7월부터 아직 법적 소송을 제기한 적 없는 키코 피해 기업 4개사의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이르면 다음달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구체적인 분쟁 조정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대법원이 이미 결론 내린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이 아니라 은행의 설명 의무 위반 등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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