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D-1'…셈법 복잡한 韓반도체

13일 대만 선거, 친미 라이칭더 vs 친중 허우유이 대결
“대만 민주주의 지키자” vs “국가 안보 수호” 유세 치열
양안 관계 악화. 지정학 리스크 커지면 한국 영향 불가피
친중 정부 수립시 미국 정책 변화…TSMC ‘탈태만’ 주목
  • 등록 2024-01-12 오전 5:30:00

    수정 2024-01-12 오전 5:30:00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만의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두고 대만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친미 성향의 집권 여당이 정권 연장 시 미국과 관계는 돈독해지겠지만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이 악화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일 대만 지룽에서 열린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총통 선거 후보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반대로 친중 성격인 국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에서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경제 안보 체제를 강화하면서도 중국 경제 의존도를 빼놓을 수 없는 한국으로선 선거 결과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美 “대만 대표단 파견” 中 “간섭 말라” 발끈

대만 총통 선거에 나서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치열한 유세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지율 1위(라이칭더)와 2위(허우유이) 격차가 3%포인트(1일 TVBS 조사 기준) 밖에 나지 않아 당선자가 누구일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1일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이칭더 후보는 지난 8년간 현 정권을 지지한 대만 국민들에게 “후퇴하지 말라”며 집권 연장을 위한 투표를 촉구했다.

야권의 표 분산을 우려하고 있는 허우유이 후보는 표심을 집중해야 정권을 바꿀 수 있다며 국민당에 대한 투표를 당부했다. 2030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커원저 후보는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이다.

선거 직전까지 키워드는 ‘중국’이다. 새로 취임할 대만 총통이 ‘친중’이냐 ‘반중’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라이칭더 후보는 전날 밤 연설에서 “우리가 당선하면 대만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중국의 지시를 받은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만의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될 것”이라며 중국이 지지하는 허우유이 후보를 직격했다.

반면 허우유이 후보는 이날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국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강한 상대와 직면할 때 용감하게 협상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중국과 대화가 최선의 정책임을 강조했다.

지난 7일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 선거 후보 집회에 지지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선거 유세 막판 미국과 중국의 간섭도 점차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대만 선거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으며 선호하는 후보도 없고, 대만 선거에 외부 간섭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중국에 대한 경고를 날렸다. 다만 아태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하는 미국에게 대만은 중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선거 직후 대만에 초당적 대표단을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며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 특히 대만에 대해 반드시 신중을 기하고 금지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총통선거(대선) 후보 3각 구도(그래픽=문승용 기자)


국민당 승리시 韓 단기 호재, 위험 요인 대비해야

대만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미·중 사이 대만의 전략적 중요도 때문이다. CNN은 “대만 선거의 결과는 국경을 넘어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며 “대만 유권자 선택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중이 긴장을 관리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대립과 갈등으로 나아갈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또한 대만을 둘러싼 미·중 역학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이데일리에 “친미 성향의 라이칭더와 양안 협력 성향의 허우유이 중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 전략과 지정학적 지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며 “양안 경제협력 회복이냐 디커플링(탈동조화)의 가속화냐 여부의 문제로, 특히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라이칭더 후보 당선으로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하게 되면 우려되는 사항은 중국의 공세 강화다. 중국은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지 않겠단 입장이지만 라이칭더 후보를 ‘급진적인 독립 분자’로 묘사하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지난 7일 대만 가오슝에서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 선거 후보 지지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양안 지정학 긴장이 높아지면서 실제 무력 충돌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미국이 개입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23%나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적당한 긴장감은 한국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구 교수는 “한국으로선 양안 협력이 강화하기보다는 긴장 관계인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더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우유이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뒤집고 당선한다면 셈은 더 복잡해진다. 중국과 대만이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게 되면 그간 대만을 아태 전략의 주요 축으로 삼아오던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TSMC가 중국 영향권으로 들어가면 미국의 대중 제재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경쟁업체는 점유율 확대 등 단기 호재라는 관측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분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TSMC의 움직임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TSMC는 미국은 물론 일본 등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러한 탈대만이 가속화하면 글로벌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상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소장은 “현재 양안 관계가 유지된다면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국민당 승리 시 미국의 아태 정책이 변화하면서 한국의 입장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며 “한국의 중국 경제 및 공급망 의존도 등을 고려해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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