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하겠다" 온라인 협박범 처벌은…범칙금 '5만원'

극단성향 커뮤니티, 범죄예고 게시물 증가
세과시 목적으로 늘고 있지만 추적 어려워
실제 범행 이어지지 않으면 처벌도 애매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원
"실행 옮길 가능성 다분…대처 강화해야"
  • 등록 2018-08-02 오전 6:00:00

    수정 2018-08-02 오전 10:52:38

지난 11일 워마드에 게시된 성당 방화예고 글 캡처.(사진=부산지방경찰청)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지난달 11일 남성 혐오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방화를 암시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임신중절 합법화 때까지 매주 일요일에 성당을 하나씩 불태우겠다”며 “이달 15일 ㅂㅅ시 ㄱㅈ성당에 불을 지르겠다”는 글을 게재했다. 작성자는 휘발유를 통에 담고 있는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이 게시물이 올라온 후 워마드에 ‘성당 몇 곳에 불 지르면 임신 중절 합법화할 거냐’ 등 방화를 암시하는 글이 이어졌다.

부산경찰청은 방화 예고 글을 올린 용의자 추적과 함께 글에서 언급한 부산시 성당 4곳에 대한 순찰을 벌이는 등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지난해에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특정 학교를 언급하면서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성폭행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와 하루만에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워마드나 일베 등 극단적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범죄를 예고하는 ‘온라인 범죄예고 글’이 늘고 있다. 대부분 살인이나 성폭행·방화 등 강력범죄를 예고하는 글이다. 경찰은 범죄예고 글에 대한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범행 장소를 영어 이니셜 등 머리글자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커뮤니티 세과시 목적으로 게시글 올리기도

경찰에 따르면 범죄예고 글에 대한 수사는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IP(인터넷에서 해당 컴퓨터의 주소) 추적 등을 통해 작성자를 알아내는 방법을 쓴다. 이와 함께 범행을 예고한 장소·시간을 바탕으로 순찰과 경계 태세를 강화하기도 한다.

문제는 최근 올라오는 범죄예고 글 가운데 구체성을 띄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의 원한을 이유로 범행을 결심하기보다 해당 커뮤니티의 성향을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 범죄예고 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남성 혐오와 여성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워마드다. 지난달 이곳에 올라온 성당 방화예고 글은 한 워마드 회원이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성체를 훼손해 논란이 빚어진 뒤 올라왔다. 종교계에 맞서 워마드의 세과시를 위해 허위로 범죄 예고글을 작성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여성 게이머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동영상을 게시한 남성은 범칙금 5만 원 처분을 받아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유튜브 캡처)
“범죄 예고 게시물, 경각심 갖고 대처해야”

실제 수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만만찮다. 특히 워마드의 경우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제 공조 없이는 게시글 작성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가 외국에 있으면 수사가 힘들고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범죄예고 글이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경찰은 작성자를 검거해 범행을 저지를 의도가 있었는지를 판단해 혐의를 적용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장난으로 글을 쓴 것으로 판명날 경우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에 그친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에는 한 남성이 인터넷 방송을 하는 여성 게이머를 살해하겠다는 동영상을 올려 온라인이 발칵 뒤집힌 일도 있었다. 경찰은 누리꾼의 신고로 해당 남성을 붙잡아 조사했지만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원 처분을 받은 게 전부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올라오는 범죄예고 글은 작성자를 찾아내기도 어려운 데다 찾는다 해도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금은 단순히 ‘범행을 저지르겠다’고 언급하는 수준이지만 온라인상에서 잘못된 대중심리가 발현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박사도 “과거에 데이트·가정폭력 상황에서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는 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피해자를 돌려보내 실제 범행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며 “범죄예고 글에 대해서도 경찰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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