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性상품화 그만"…설 땅 줄어드는 미인대회

성상품화·획일화된 美 기준 등 비난에 미인대회 폐지 또는 축소
전문가 "여성관 바뀌며 미인대회 축소 계속될 것"
  • 등록 2019-04-26 오전 6:09:00

    수정 2019-04-26 오전 11:31:45

2017년 미스코리아 서울 대회. 사진은 기사의 특정 표현과 연관 없음 (사진=뷰티 한국 제공)


[이데일리 김보겸 황현규 기자] 페미니즘 확산으로 인해 매년 4~5월 집중 개최되는 미인대회가 주춤하고 있다. 성 상품화 등 논란에 부딪힌 미인대회는 행사 규모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모양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폐지에 동감한다는 의견과 과도한 비판이라는 쪽으로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성상품화 반대” 목소리에 미인대회 역사 속으로

성 상품화·획일화된 미의 기준 강요·수동적인 여성상 강요 등의 이유로 여성계의 비판을 받아온 미인대회가 최근 들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실제 서울 종로를 빛낸 10대 사업으로 꼽히던 정순왕후 선발대회는 올해부터 열리지 않는다. 지난 19일에 제4회 정순왕후 선발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여성계의 반발 여론에 부딪혀 폐지됐다. 해당 대회는 △조선 시대 간택 모습 재현 △아버지 한자 이름 쓰기 심사 △정순왕후가 과부인 점 등을 이유로 “수동적인 여성상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종로구는 “대회의 취지가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했다”며 “그 결과 여성계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대회를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상남도 김해에서 열렸던 단감 아가씨 선발대회도 2017년 행사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 미인대회 관계자는 “미인대회를 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며 “미인대회가 무슨 자격으로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고 전했다.

국내 대표적 미인대회인 미스코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당시 야외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대전·충남 예선 대회는 대전 여성단체연합의 반발로 개최 장소가 실내로 변경된됐다. 당시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지방자치단체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야외 행사를 용납할 수 없다”며 대전시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11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전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 “페미니즘 운동 계속돼 미인대회 폐지 이어질 것”

이러한 미인대회 폐지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엇갈린다.

윤지혜(27)씨는 “여성이 방긋방긋 웃으며 심사위원들에게 외모로 평가받는 모습이 이제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며 “각자의 외모는 개성의 대상이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미인대회는 기준에 맞춰 순위가 정해지는 만큼 획일화된 미의 기준이 생길 여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미인대회가 여성인권 신장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황지원(34)씨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듣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이라며 “미인대회가 폐지되면서 출전권마저 박탈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대회에 참여하고 이를 시청하는 것은 개인 선택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인대회 축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탈코르셋 운동 등의 페미니즘 운동은 남성이나 특정 기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며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질수록 여성들은 외모 외에 다양한 역량들을 키워나가고 도전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지속되는 한 미인대회는 계속해서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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