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 과시한 마두로…'찻잔 속 태풍' 된 과이도의 거사

마두로, 4500명 무장병력 이끌고…"반역자, 무장해제해야"
과이도 '베네수엘라 총궐기' 사실상 실패…카라카스 평온
美언론들 "미국 오판, 과이도 '파워' 과대 평가했다" 지적
  • 등록 2019-05-03 오전 6:22:55

    수정 2019-05-03 오전 6:22:55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후안 과이도(왼쪽) 국회의장과 현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사진 오른쪽) 현 대통령을 축출하고자 벌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임시 대통령·왼쪽)의 군사 봉기와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 이른바 ‘자유의 작전’은 깊은 상처만 남긴 채 씁쓸한 실패로 귀결되는 걸까.

과이도 행방 묘연…마두로 건재 과시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전날(1일)까지 이틀간 벌어진 이번 총궐기 이후 두 대통령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과이도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함께 반란을 시도했던 군인 25명은 브라질 대사관을 통해 망명을 추진 중이다. 가택연금에서 탈출한 야권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스 전 카라카스 시장은 가족들과 스페인 대사 관저로 피신한 상태다.

반면, 한때 ‘망명설’까지 돌던 마두로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포르트 티우나 기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군사령관들을 대동한 채 등장한 마두로는 “맞다. 우리는 전투 중이다”며 “반역자와 쿠데타 음모자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이 싸움에서 높은 사기를 유지해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기념식엔 4500명의 군 병력이 참석했으며, 국영 TV를 통해 방영됐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1일 카라카스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는 수천 명에 그쳤다. 과이도 측에 선 군인도 수십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처는 컸다. 시위대와 이들을 진압하려는 군경 간의 유혈 충돌로 최소 4명이 숨지고 230명이 다쳤다. 브라질 국경을 넘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평소의 3배에 달했다고 한다. 다만, 이날 현재 카라카스 시내는 평온한 상태다.

마두로의 건재함을 눈치챈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이날 경찰에 가택연금 조건 위반 혐의로 로페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로페스는 과이도의 멘토로 불리는 인물로, 마두로의 퇴진 이후 과이도가 염두에 둔 임시정부의 유력 대통령 후보다. 이처럼 군부와 대법원이 마두로를 향한 ‘충성’을 보이면서 과이도의 ‘거사’는 단 사흘 만에 없던 일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군에게 진압당하고 있다. (사진=AFP)
◇과이도 성급했나…美오판도 한몫


실패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과이도의 총궐기 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점이다. 애초 과이도는 ‘5월1일’을 총궐기 시점으로 잡았으나, 정보가 누설되면서 서둘러 하루 이른 지난달 30일로 거사 시점을 당겼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전날(1일) 과이도 측이 마두로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 비밀 회동을 하고 임시정부 수립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지만, 마두로 측은 이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실제 비밀 회동에 참석한 걸로 알려진 마두로 측의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오히려 마두로와 함께 군부의 지지를 확인하는 집회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의 오판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과이도 측의 ‘파워’를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봉기가 민중 폭동을 일으켜 마두로 대통령을 쫓아낼 것으로 기대했다”고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 미국 외교안보라인의 핵심들은 그간 마두로 측을 향해 “군사개입도 가능하다”고 경고하면서 과이도의 총궐기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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