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수훈 주일대사의 '위안부 봉합' 발언

  • 등록 2018-01-24 오전 6:00:00

    수정 2018-01-24 오전 6:00:00

이수훈 주일대사가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호흡을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접근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한·일기자단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교부 출입기자들과의 도쿄 간담회에서 “상처를 가만히 두면 낫는데 자꾸 그걸 붙이고 떼려다가 덧날 필요가 있느냐”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기존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 발표로 야기된 일본과의 견해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간격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수준에서 양국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읽혀진다.

그러나 이 대사가 ‘봉합’이라는 용어까지 직접 사용한 것은 너무 경솔하고 부적절한 선택이었다. 문제점을 꺼내놓고도 상대방이 완강하게 버티자 제풀에 꺾인 꼴이기 때문이다. 이 대사가 내세운 해결 방안이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나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밝혔던 입장과 기본 맥락을 같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먼저 봉합의 필요성까지 거론할 것은 아니었다. 일본 정부의 극심한 반발을 감안한 언급이겠으나 민족적 자존심에 또다시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하면서도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른바 ‘투트랙’ 방침을 내세우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중국과의 사드갈등 처리에 합의했듯이 위안부 문제 입장 차이를 그대로 둔 채 일본과 교류·협력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합의가 잘못됐다는 우리 정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본 측이 “1㎜도 움직이지 못한다”며 강경 입장을 내비치는 상황에서 부딪친 정책적인 한계다.

하지만 일본의 반발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불가역적’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마무리한 합의를 뒤집으려 하는데 가만히 있을 나라는 없다. 그런 반발을 당연히 예상한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고도 먼저 덮으려 하는 모양새는 떳떳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그냥 놔둔 채로 나을 상처라면 왜 다시 끄집어냈는가. 차라리 애초에 문제를 꺼내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됐다. 피해 당사자들의 마음속 상처만 건드린 꼴이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처리하는 동안 피해 할머니들이 과연 몇 분이나 생존해 계실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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