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블록체인 전문 연구단체가 될 겁니다. 특히 순수하게 학문적 연구에만 치중하지 않고 산업 현장과 가까이 있으면서 현업에서의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올 3월에 설립돼 불과 6개월만에 국내 최고의 블록체인 학회로 자리매김한 서울대 디사이퍼(Decipher)가 2기 회원을 모집하면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재윤 회장은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서 이같은 포부를 당당하게 밝혔다. 김 회장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석·박사 통합과정 4년차로 가상머신을 전공하고 있다. 웹브라우저 최적화에 이어 현재는 가상머신 최적화를 연구하고 있다.
`해독하다`라는 뜻을 가진 디사이퍼는 서울대생 4~5명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뒤 현재는 학부생과 석·박사 과정, 포스닥 학생, 서울대 졸업생과 직장인 등 3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한때 회원수가 45명까지 불어났지만 최근 학회 기여도와 연구성과를 평가해 15명을 제명했고 2기 회원을 선발하고 있다. “학회 덩치를 키우려고도 했지만 외연을 넓힐수록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학회를 재정비한 배경을 설명한 김 회장은 “앞으로도 회원 교육보다는 발전적인 리서치에 치중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디사이퍼는 실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산파역할도 했다. 해치랩스와 디콘, 타임블록, GXC(게임엑스코인) 등이 이 학회원들이 창업했거나 참여해 만든 스타트업들이다. 김 회장도 “디사이퍼는 단순한 학문 연구를 벗어나 현업과 가까워지고 기술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려 한다”며 그 자체로 의미있는 산학협력의 성공 모델을 꿈꾸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디사이퍼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일상 깊숙하게 들어온 이후에는 디사이퍼가 무엇을 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라며 “회원들 각자가 원하는 지향점이 다르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다보면 그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점쳤다.
또 조만간 블록체인업계와의 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기업들도 연구분야가 방대하다보니 사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며 “그런 것들을 디사이퍼를 통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외부로부터 딜을 함께 하자는 제안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얼마 후면 블록체인 코어 기술 설계와 관련된 외부 업체와의 일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디사이퍼를 이끌고 있지만 학업과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일단 10~11월쯤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엣지 컴퓨팅(사용자 가까이 위치한 엣지 서버에서 컴퓨팅 능력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소액결제에 특화된 지급결제형 블록체인, 게임관련 분산화된 어플리케이션(Dapp) 연구·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2년후 박사학위를 받게 되는 김 회장은 “한때 기술창업을 생각했는데 아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무슨 일이든 블록체인과 관련된 것을 할 것 같은데 이 쪽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졸업할 때쯤 돼야 정확하게 무엇을 할지 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